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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군부는 여전히 '죽일놈'인가


입력 2014.03.08 10:18 수정 2014.03.08 10:26        장봄이 인턴기자

<서평>남정욱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가 던지는 테제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 남정욱 저/도서출판 시대정신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 남정욱 저/도서출판 시대정신
지난해 역사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 문제가 일단락된듯하다. 거센 논란 탓인지 부산 부성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역사가 랑케는 ‘과거의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렇듯 객관적 사실 기술은 역사 기록의 본질이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재구성과 기록이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며 같은 사실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사관(史觀)이라고 한다. 사관은 역사를 해석하는 관점으로 민족주의사관, 유물사관, 식민사관, 실증주의사관 등 다양하다.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의 저자 남정욱은 긍정사관으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라본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태어났어야 할 나라’라는 확신을 가지고 반(反)대한민국 정서에 반기를 든다.

저자 남정욱은 신춘문학상에 당선돼 글쓰기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꾿바이 전교조’, ‘꾿바이 386’ 등 한국 현대사를 재해석한 책을 저술했으며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편견에 도전하는 한국 현대사’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해 썼다고 저자는 밝힌다. 모든 역사책은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에 의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소신이다.

이 책은 ‘군, 시대의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역사를 시작하다’를 첫 장으로 대한민국의 해방과 분단, 4.19 학생혁명, 5.16, 경제성장의 명암, 유신시대,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민주주의 귀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룬다. 각 장에는 당시 기사, 목격담 등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건 설명과 해석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군부는 역사의 중심에 있다. 군은 학생, 미군, 기업, 정치인들과 함께 현대사를 만든 세력 가운데 하나이며, 다른 신생국들과 다른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다고 강조한다. 해방직후 미군에 의해 만들어진 군대는 6.25 전쟁을 지나 성장하면서 정권을 잡는 실세로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군은 근대이후 역사에서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배척으로 군을 축소·부정해 왔다. 국내에서도 최근 군 내부 문제와 군대문화 등을 사회문제로 지적하며 고질적인 악습을 뿌리 뽑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은 현대사에서 군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도 저자는 군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은 시도가 신선하다.

저자는 또한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민감한 문제인 ‘5.16’을 쿠데타가 아닌 ‘군사혁명’이라고 명확히 규정짓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운’ 측면과 ‘뚜렷한 목적이 있으며 새로운 정부정책을 구상한 세력이 조직적으로 일으켰다’는 점. 이는 혁명의 사전적 정의에 부합한다.

5·16에 대한 규정은 사실 정치적 성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이용됐다. 이 문제는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단순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 저자는 정치에 갇혀있던 5·16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시 역사적 사안으로 끌어와 논의를 제시한다.

이와 함께 한국 경제 발전사에도 많은 부분이 할애됐다. 후발 농업국이었던 한국은 1970년대 후반, 중화학 부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업국가형 경제구조로 변했다. 이는 민간 기업들의 도전과 성장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동시에 196~70년대 빠른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피력하며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분신자살사건을 기술한다. 우리나라 경제적 성장에 있어서 정부 정책과 민간 기업의 노력, 노동자들의 피 땀을 고루 인정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대한민국은 반세기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2013년 임기를 마친 17대 이명박 대통령까지 모두 10명의 대통령이 재임했다. 이들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아직 섣부르지만 저자는 대부분 전반에 괜찮았고 후반이 지지부진하거나 나빴다고 총평한다. 그렇다고 그 시대를 부정해서는 곤란하다며 이것이 긍정의 역사관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는 바로 세우기에 앞서 바로 보기가 더 중요하고 다각도로 보면 안 보이던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편견에 휩싸인 역사 인식은 분열과 잘못된 역사를 양산한다. 이념과 사상에 사로잡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해석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원뿔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도형이 보이는 것처럼 역사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른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일본과의 ‘과거사 전쟁’을 통해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본 아베정권의 ‘역사수정주의’는 올바른 역사에 대한 반성과 교육은커녕 군국주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지,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의 장은 이제 막 펼쳐졌다. 역사 교과서 논쟁도 그 과정의 일부다. 저자는 ‘바르고 긍정적인 역사관’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우리의 체력을 극대화시켜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자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해석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몇 가지 해석에는 논쟁의 여지가 농후하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비교적 이념에 치우치지는 않았다. 사실관계를 설명하면서 논리적 이유를 들어 타당성을 높였다. 당시 기자들의 설명과 일부 자료, 기사, 방송 등을 인용했고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수용 여부는 독자의 몫이다.

장봄이 기자 (bom22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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