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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왜 유승준에게만 가혹할까


입력 2014.01.19 09:52 수정 2014.01.24 10:15        민교동 객원기자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복귀' 민감

바른생활 이미지 틀이 결정적인 독 작용

왜 유독 유승준만 안되는 것일까. 최근 유승준의 국내 컴백 시도 기사가 보도됐지만 법무부는 여전히 그의 입국이 안된다는 입장이며, 국내 여론 역시 유승준의 국내 컴백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유승준 측이 국내 컴백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논란이 잠잠해졌다.

유승준, 이는 한국명이고 이젠 그가 미국인인 만큼 그의 본명은 스티브 유(Steve Yoo)다. 그렇다고 그가 미국인이라서 한국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 연예계에선 외국인 연예인이 여럿 활동하고 있다.

샘 해밍턴 등과 같이 외국인도 있지만 외국 국적의 한국 교포들도 여럿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의 국적이 어디이건 국내 연예계에선 넓은 범위의 한국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유승준의 국내 연예계 활동이 어려운 까닭은 그가 스티브 유라는 이름의 미국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그는 애매한 이중국적 연예인이었다가 법 개정으로 활동이 모호해진 것이 문제였다. 본래 유승준은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였다.

2000년까지만 해도 이중국적자의 국내 연예계 활동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2001년 초 병무청이 법을 개정하면서 이중국적자 역시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됐다. 이중국적자가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활동을 벌일 경우 병역의 의무를 지도록 법 개정이 이뤄진 것. 이로 인해 여러 명의 이중국적자 연예인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등으로 떠났다.

당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중국적자 연예인은 HOT의 멤버였던 토니 안과 유승준이었다. 둘 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연예계 활동을 이어갔는데 토니 안은 결국 군에 입대했고 유승준은 입장을 번복하고 미국으로 떠나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당시 유승준은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영장이 나와 있던 상황이었고 일본 공연을 마친 뒤 조용히 미국으로 떠나 시민권을 땄다. 이로 인해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신청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유승준은 연예계 컴백은커녕 관광 등을 위해서도 한국에 입국이 금지된 상황이다.

결국 유승준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닌 이중국적자였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해서 미국인이 된 케이스다. 다른 외국 국적 연예인과는 다른 상황인 셈이다.

역시 문제는 병역 기피였다. 그렇지만 단순히 병역을 기피해 국내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과 같이 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이 더 문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준의 경우 미국에서의 결혼 등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상황이 있었으며 이중국적자라는 특수한 입장이기도 했다. 반면 병역비리 연예인은 병역 기피를 위해 사구체신염 등으로 위장해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회피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연예계로 돌아와 스타의 지위를 되찾았으며 오히려 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병역비리로 연예계 퇴출 위기에 내몰렸던 장혁이 지금은 병영 체험 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상황이 참 묘하기도 하다.

이들과 유승준의 차이점은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린 것은 유사하지만 그 이후 이를 책임졌느냐에서 갈린다. 병역비리 사건에 휘말렸던 연예인들의 경우 이후 정상적으로 군에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이로 인해 대중도 다시 이들에게 기회를 줬으며 그 기회를 발판으로 이들은 더 많은 인기를 얻은 톱스타가 됐다.

그렇지만 아예 외국인이 되면서 병역 기피의 책임을 질 기회 자체를 잃은 유승준은 대중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을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부분이다. 유승준은 이중국적자 연예인도 군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 뒤 거듭해서 “군에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다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차라리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국으로 떠나 미국 시민권을 받아야만 하는 개인적인 사정을 떳떳하게 밝히고 대중에게 용서를 구했다면 당장에는 반발이 심했겠지만 몇 년 뒤 재기의 기회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승준은 일본에서 공연을 가진 뒤 은밀히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그 이후에는 한국 입국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결국 다시는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해명을 하거나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다. 군 입대를 회피한 부분만 놓고 보면 병역비리가 더 심각한 사안일 수도 있다. 대국민 거짓말이 문제일 수 있지만 비슷한 대국민 거짓말로 문제가 됐던 연예인들 상당수는 수년 동안의 자숙 기간을 가진 뒤 재기의 기회가 주어졌다.

본래 미국 시민권자이나 구청의 오류로 이중국적자였던 손호영의 경우 소송을 통해 국적을 바로 잡아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오류로 인한 이중국적이었던 만큼 의도적으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유승준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당시 여론은 손호영 역시 유승준만큼이나 연예계 복귀가 어렵게 보일 정도였다. 이에 손호영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군에 입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아직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이 부분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이런 저런 측면에서 유독 유승준에게만 가혹할 만큼 대중의 잣대가 냉정한 것이 사실이다. 연예계 컴백은 불가능할 지라도 입국 자체를 금지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여론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유승준의 평소 이미지였다. 유승준이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을 당시 ‘바른 생활 사나이’의 이미지가 강했다. 평소 ‘청소년들은 술 담배 하지 말라’는 등 바른 생활 사나이다운 발언을 자주 하며 중장년층으로부터도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유승준이었기에 그가 ‘국방의 의무를 다 하겠다’고 말한 약속 역시 대중들은 비슷한 관점에서 받아들였다. 이런 바른생활 사나이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을 버린 미국인이 돼 버렸기에 대중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미지다. 평소 어떤 이미지를 구축해 놨느냐가 인기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이슈에 연루됐을 때 대중의 반응까지 가늠한다. 예를 들어 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이 가정 폭력이나 외도 등의 사건에 휘말리면 더 이상의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연예인과 바른생활 이미지의 연예인이 동시에 마악류 관련 사건에 휘말릴 경우에도 오히려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훨씬 더 연예계 컴백이 용이하다.

바른 생활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은 보다 폭넓은 계층의 사랑을 받으며 안티 팬이 적고 작은 실수 정도는 대중이 용납해주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연예인이 바른 생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런 연예인이 한 번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는 상황을 연출하면 훼손된 이미지를 극복하고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기가 무척 힘들어 진다. 유승준이 바로 이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유승준이 국내 연예계로 컴백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과거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뿐이다. 비록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라도 꾸준히 이미지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면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유승준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그런 측면의 노력을 국내 팬들에게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곤 결국 자신으로 인해 한국이 시끄러워 졌다며 한국 컴백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안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국내 팬들이 더 그의 한국 연예계 컴백에 별로 미련이 없어 보인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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