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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넘쳐나는 일본?’ 호들갑 떨다 유망주 망친다


입력 2013.10.19 08:45 수정 2013.10.19 11:5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일본 스포츠계 ‘짝퉁’ 천재 득실득실

반복되는 집착, 결과는 좌절·눈물뿐

다쿠히로 나카이가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알레빈B에 입단하자 일본 축국계는 리오넬 메시와 비교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MARCA.com 보도화면 캡처) 다쿠히로 나카이가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알레빈B에 입단하자 일본 축국계는 리오넬 메시와 비교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MARCA.com 보도화면 캡처)

"천재는 1%의 영감과 99%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김연아,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 리오넬 메시 등 ‘1%의 영감’을 가진 운동천재는 극소수다. 1%의 영감이 없다면 120% 노력을 기울여도 천재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비범한 운동천재들은 정상에 오르기까지 숱한 시련도 이겨낸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유년 시절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에서 자랐다. 타이거 우즈는 학창 시절 ‘흑인이 골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년 간 인종차별과 집단 따돌림을 견뎌야 했다.

이 때문일까. 운동천재는 ‘정신력’도 남다르다. 김연아와 리오넬 메시는 어떤 환경에서도 지혜를 발휘,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붓는다. 비범한 운동천재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100년 주기로 나타난다고 한다. 김연아는 피겨 역사 100년 통틀어 가장 완벽한 천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타공인 운동천재가 아닌, ‘짝퉁' 운동천재가 득시글거린다. 특히 일본 스포츠 업계에서는 의문부호가 붙는 천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그들 시각에선 '노력파' 아사다 마오도 천재고, 히라야마 소타도 천재다. 또 우사미 타카시, 기요타케 히로시, 쿠보 타케후사, 모리모토 다카유키, 이부스키 히로시 등은 모두 천재다.

타쿠히로 나카이(9)도 그들 시각에서 천재임은 말할 것도 없다. 타쿠히로가 최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알레빈B(12세 이하)에 입단하자, 일본 축구계는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타쿠히로를 리오넬 메시에 견주기도 한다.

물론 타쿠히로의 재능은 준수한 편이다. 또래치곤 볼을 섬세히 다룬다. 그러나 ‘1%의 영감 소유자’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스포츠 업계의 과도한 우리 아이 비행선 태우기다. ‘천재 남발’로 왕자병에 걸려 ‘심신’이 망가진 유망주가 한둘이 아니다. 자기가 진짜 천재인 줄 알다가 환상에서 깨기까지 오랜 시간 걸린다. 슬럼프가 찾아오고 뒤늦게 자신은 비범한 천재가 아니라고 자각한다.

특히 축구계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본 언론이 추켜세운 나카타 히데도시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진짜 천재들’과의 격차를 실감하고 은퇴했다. 일본의 베컴 혹은 머리모양을 빗대 ‘표고버섯 스나이퍼’로 불렸던 나카무라 순스케 또한 2010 남아공 월드컵서 ‘후천적 노력파’ 혼다 케이스케에게 밀려 벤치를 달궜다.

‘일본의 고질라’ 히라야마 소타(190cm)와 ‘일본의 조인성’ 이부스키 히로시(193cm)도 각각 청소년 대표 시절 박주영, 지동원과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특히 이부스키는 지난 2010년 U-19 아시아 선수권 8강전서 지동원의 한국에 2-3으로 져 일본의 청소년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다.

초등학생 시절 600골을 넣었다는 우사미 타카시는 또 어떤가. 한일 초등부 친선경기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천재’ 대접 받았지만, 성인이 되자 성장세는 멈췄다. 일본 축구계의 과도한 ‘내 아들 자랑 팔불출’이 원인일까. 우사미는 2011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피지컬에서 한계를 드러내 올 시즌 감바 오사카로 복귀, 신동에서 평범한 만년 유망주로 돌아왔다.

10대 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 모리모토 다카유키(25)도 결국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로 복귀, ‘외형만 호나우두’였다는 술 안주거리(?)로 전락했다.

9살 타쿠히로를 치켜세우는 보도가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살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없는 나이다. 물론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격언도 있지만, 일본 축구계는 ‘예외’다. 천성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까닭이다. 독일에서 성공한 가가와 신지가 영국서 고전하는 이유도 왜소한 체격 때문이다. 타쿠히로의 신체 성장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본 스포츠 업계는 과거 안토니오 이노키가 프로 레슬링계에 등장하자 몹시 흥분했다. 세기의 천재가 등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노키는 천재라기보단 불굴의 노력파였다. ‘1%의 영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천재 반열’엔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1978년 프로복싱 자타공인 천재 무하마드 알리와의 이종격투 대전을 통해 이노키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이노키는 드러누워 알리의 펀치를 사전에 봉쇄하는 소극적 전략을 펼쳤다. 물론 경기 전 프로레슬링 일부 기술 금지 조약이 있었지만, 이노키의 소심한 작전은 전 세계 팬들을 맥 빠지게 했다. 이노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이노키에게 ‘1%의 영감’이 있었다면 당장 일어나 새로운 지혜로 맞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노키는 낯선 환경 속에서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붓지 못했다.

노력파와 천재는 다르다. 아무리 노력해도 영감이 부족하면 천재가 될 수 없다. 일본 스포츠 업계의 천재 남발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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