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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고...대통령의 사과


입력 2013.09.28 10:35 수정 2013.09.28 10:48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벌써 세번째' 적절한 타이밍과 횟수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 26일 국무회의에서다. 기초노령 연금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어르신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정부 출범 8개월째다. 세 번째 사과다.

야당의 공세는 거칠게 보인다. 박 대통령의 사과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조짐이다. 어쩌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 “박수를 치면 빵을 준다고 했는데, 박수치고 나니 알사탕만 준다”는 식의 공세다. 공약으로 표를 얻었으면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타당해 보인다. 그렇기에 박 대통령은 곤혹스럽다.

복지정책의 포기가 아니라 수정이라고 한다. 어쨌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건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사과를 한 것이다. 원칙과 신뢰로 지지를 받아온 박 대통령이다. 이번 상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유다. 더구나 일년도 안된 정부가 세 번째 사과를 한 것이다.

재임기간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국정운영의 바로미터다. 사과를 많이 하면 좋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여섯번의 사과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네 번의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한번도 하지 않은 대통령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대국민 사과가 없다고 해서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대통령의 사과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인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다. 국정전반의 최고 책임자이자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는 솔직함, 정직함, 진실 등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사과에 대한 일반적 시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첫째,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국정운영은 정책의 집행이다. 정책의 집행은 상당한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국민적 지지와 명분을 동력으로 한다. 핵심 정책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산업화의 기초를 다진 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아직도 찬반 양론이 팽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등이 그렇다. 비판과 오해, 의혹, 시위 등으로 얼룩지게 마련이다. 역사가 흐른 뒤에 명쾌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이란 것이 그런 것이다. 시간이 지나봐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자면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대통령 대국민 사과는 대단히 위험하다. 물론 잘못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전체적 흐름을 보지 않고 급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정책추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의 사과가 정책 추진의 명분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핵심정책 추진에 필요한 동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또한 정책에 대한 반대론자들의 공세에 명분을 줄 수 있다.

둘째, 역사성이다. 대통령의 모든 것은 역사에 기록된다. 사초로 보관되어 세월이 흐른 후 후세에 공개된다. 개인간의 사과는 기억에 의존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는 기록이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수가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역사의 평가만큼 무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책 집행은 정치적 행위의 생산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치적 상황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민적 지지도가 달라진다. 정권창출의 큰 명분으로 과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늘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국의 주도권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사과는 이런 점에서 정치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반대진영은 지속적인 공격의 빌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에 대한 당위성과 명분을 얻은 것이다. 자칫 정국 주도권이 반대진영을 넘어갈 수 있다. 정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정치적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대통령의 권위를 생각해야 한다. 대국민 사과를 자주 하는 게 좋게 보일리 없다. 잘못을 인정하는 진실한 대통령 보다는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국민 사과의 시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진행 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뒤에 해야 한다. 초기에 하는 것이 좋은지, 향후 상황이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또한 대국민 사과로 인해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석과 판단이 따르지 않으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국민적 신뢰를 잃게 마련이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출범 8개월째다. 세 번째 사과다. 대국민 사과의 빈도가 잦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미래는 혼란스럽다.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될지 모른다. 원칙과 신뢰로 지지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얻지 못했던 확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번 기초연금 문제의 잘 잘못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사과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잦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시해 봤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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