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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다단계의 '유혹', 청춘을 저당잡힌 '거마대학생'


입력 2013.06.24 12:06 수정 2013.06.24 13:33        김재현 기자

금융감독원, 제2의 거마대학생 불법 다단계 사건' 예방 위해 소비자 경보 발령

금융감독원은 24일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져 물품 구매 목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판단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안양시 공식 블로그 사진 금융감독원은 24일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져 물품 구매 목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판단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안양시 공식 블로그 사진

지난 2011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거마대학생 불법 다단계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대학생 5000여명이 감시, 압박 속에 강제 합숙하면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는 등 다단계 영업에 내몰린 사건이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불법다단계 사건이 지난해 하반기 부터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대학생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다단계업체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자금 마련 등을 구하기 위한 대학생들을 '고수익'을 미끼로 대출을 받도록 해 물품을 강매하는 사례가 재연될 우려가 크다.

최근 금융감독원 민원조사팀에 이와 유사한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00대학 4학년인 A씨는 졸업을 앞둔 작년 12월 친구의 소개로 서울 양재동 소재의 다단계 업체에 가입했다.

A씨는 16개의 자취방에서 1개 방에 10명씩 공동으로 숙식하면서 물건을 많이 팔면 실장 슬징과 함께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불법 다단계업체 말에 현혹 당했다. A씨는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중개업체를 통해 2곳의 저축은행에서 인터넷으로 15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저축은행의 전화 대출심사 과정에서 00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고 대출금을 학원비로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단계업체의 물품구입비(1000만원)와 공동숙식비(200만원) 등에 사용했고 현재 저축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구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들이 불법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져 물품 구매 목적으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으로 부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빚만 떠안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성수용 금감원 민원조사1팀장은 "불법 다단계 문제는 공정위나 검찰에서 알아서 조치를 취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자신 또는 부모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신고한 학생과 친구들까지 모두 5명의 피해사실을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용불량자가 되고 문제를 인지했을때 신고가 접수되는데 피해 인지 초기인 만큼 신고된 건수가 미미하다.

문제는 불법 다단계 업체로부터 유혹에 빠져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책임 져야 한다.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고리의 빚을 떠안게 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유혹에 빠진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도 2차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실제 저축은행 대출은 비대면 소액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방문심사와 달리 꼼꼼하게 심사 한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거짓 정보를 알려줘 대출을 받도록 시키기 때문에 본인에게 유선으로 대출목적을 확인하더라도 속을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경우 대출 목적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유무를 확인하지만 학자금, 학원비 등의 이유를 들어 속이면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불법다단계에 빠진 대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축은행과 협의 중에 있다.

성 팀장은 "민원 신고의 대출형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축은행의 대출심사를 좀더 깐깐히 하는 방안과 당장 피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대학생을 상대로 취업과 장학금 등을 미끼로 한 대출사기 사건이 발생해 두차례에 걸쳐 소비자 유의사항을 배포하고 전국대학교에게 피해방지 지도를 요청한 바 있다. 이 대출사기로 인해 60여명의 피해학생과 10억여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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