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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레바논전’ 브라질행 가시밭길


입력 2013.06.05 06:27 수정 2013.06.05 08:21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 프리킥 동점골로 1-1

골득실서 앞선 선두…우즈벡·이란과 2연전

최악의 골 결정력을 선보인 이동국. ⓒ 연합뉴스 최악의 골 결정력을 선보인 이동국. ⓒ 연합뉴스

승점 1을 따냈다. 하지만 또 베이루트 굴욕이었다.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을 불렀던 지난 2011년 11월 경기 패배보다 내용면에서는 더 졸전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레 차몬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레바논과 원정서 전반 12분 하산 마툭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경기를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6경기를 치르면서 3승 2무 1패, 승점 11이 된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이 같아졌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불안한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조 3위인 이란이 카타르에 1-0으로 이기면서 승점 10을 확보해 우즈베키스탄, 이란과 3파전이 불가피해졌다. 우즈베키스탄과는 오는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란과 마지막 경기는 오는 18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내용은 낙제점이었다. 근 10년 동안 한국 축구가 이처럼 졸전을 펼친 적이 있었는지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비기긴 했지만 레바논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데다 로다 마타르 등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등 지리멸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만 쇼크나 지난 베이루트 참사보다 훨씬 졸전이었다.

오히려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을 불렀던 지난 2011년 11월 경기 때가 훨씬 경기력이 나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선수들의 발은 느렸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만약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있었다면 라커룸에서 헤어드라이어는 물론이고 축구화가 여러 켤레 날아왔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수비부터 엉망이었다. 곽태휘와 김기희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진도 단단함이 없었고 김남일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한국영은 존재감이 없었다.

여기에 오른쪽 풀백 신광훈은 계속 뚫리기만 했다. 레바논 공격은 이를 완전히 파악하고 신광훈이 있는 측면만 계속 노렸다. 그러다 보니 공격을 나가야 할 이청용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됐고 수비 지원을 하다가 전반 18분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12분 선제 실점도 신광훈이 있는 쪽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또 다시 세트 플레이에서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점이 나왔다.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모하메드 하이다르의 패스를 받은 마툭의 슈팅에 골문이 열렸다. 7~8명의 한국 선수가 페널티 지역에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으면서 허무하게 실점을 기록했다. 상대의 세트 플레이에 다시 한 번 취약함을 드러낸 결과였다.

대표팀은 전반 중반에 가서야 공격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날카로운 모습은 없었다. 이청용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고 이근호는 너무 완벽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다가 슈팅 타이밍을 놓쳤다. 이동국은 전반 45분 사실상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공은 허무하게 골포스트 위로 넘어갔다.

또 김치우가 전담한 코너킥과 프리킥은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근호와 김보경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공격에서 활기를 기대했지만 김보경의 플레이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전반 내내 총체적인 난국을 겪은 대표팀은 후반 들어 변화를 모색해야만 했다. 후반 5분 만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내보내며 이동국과 투톱을 이루게 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운 4-2-3-1 포메이션에서 김보경을 약간 내려 4-1-3-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기에 5명의 공격자원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계속 패스는 어긋났다. 패스가 정확하지 못하면 부지런히 뛰어서 압박이라도 펼쳐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다보니 레바논에게 허리를 내줬다. 사실상 본선진출이 좌절돼 이후 예선전이 별 의미가 없는 레바논이 한 골 앞선 상황에서 급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급한 쪽은 우리였다.

설상가상으로 상대 골키퍼 압바스 핫산의 선방까지 이어졌다. 후반 20분 이동국의 헤딩슈팅과 함께 후반 23분 이청용이 때린 회심의 오른발 발리 슈팅도 핫산의 품에 안겼다.

레바논의 골문이 계속 막히면서 '카타르전의 영웅' 손흥민이 후반 25분 이근호를 대신해 교체 출격했지만 불운은 계속됐다. 후반 26분 김치우의 왼쪽 프리킥에 이은 곽태휘의 헤딩과 후반 35분 곽태휘의 헤딩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나온 것을 이동국이 바로 앞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모두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중반부터 슈팅을 꾸준히 때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남은 시간이 10분 이하로 내려가면서 대표팀의 선택은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밖에 없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계속 곽태휘와 김신욱의 머리를 노렸지만 레바논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또 손흥민도 후반 38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지만 왼발이 닿지 않아 슈팅에 실패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40분 김보경까지 빼고 지동원을 투입하며 공격자원을 모두 투입했지만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와 시간끌기로 어수선한 가운데 경기가 이어져 그대로 무너지는 듯 보였다. 추가시간 7분에서도 5분이나 지났는데도 골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추가시간 6분에 김신욱이 파울을 유도한 상황에서 아크 정면에서 때린 김치우의 프리킥 슈팅이 상대 수비 머리를 맞고 꺾이는 행운의 골이 되면서 가까스로 승점 1을 챙길 수 있었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선제골을 넣지 못한 채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1승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제 대표팀은 지친 몸과 무거운 마음으로 국내로 돌아와 우즈베키스탄을 맞이하게 됐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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