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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빼는 일본 망언자들, 속셈은 '치고 빠지기'


입력 2013.05.25 10:17 수정 2013.05.25 10:25        김수정 기자

국제사회 비난 역풍에 7월 참의원 선거 앞두고 지지율 하락 반영

최근 침략 부정 발언 등 각종 ‘망언’을 쏟아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돌연 23일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를 줬다는 반성이 전후 일본의 출발점”이라며 한발자국 물러선 배경에는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3일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한 제19회 ‘아시아의 미래’ 국제교류회의 만찬에서 “우리나라는 과거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며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전후 일본의 원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가 지난달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며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 집권 이후 줄곧 노골적으로 밀어붙인 극우 행보를 선회한 모양새다.

여기에 ‘위안부 망언’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일본 유신회 공동대표)도 ‘일본 정부에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2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외교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들이 각종 망언으로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함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선회전략을 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은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 그리고 이들의 분신과 같은 일본유신회의 도를 넘은 망언 릴레이가 결국 의식이 깨어있는 일본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며 “현재 일본 내 이들의 지지율이 현저하게 급감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호사카 소장은 이어 “사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 우익들이 이 같이 망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7월 참의원 선거가 깔려있었다”며 “문제는 이들이 지난 총선 당시 ‘강한 일본’ 내세워 승리한 것에 젖어 ‘우경화 전략’을 이어가면서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극우 정치색’까지 드러내 자국민의 반감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아제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연합뉴스 아제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일본 국민들은 아베의 우경화된 ‘경제 노선’을 선택한 것이지 결코 그의 ‘정치색’을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며 “이를 착각한 아베와 극우세력들이 결국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역사 왜곡’ ‘극우 정치’ ‘제국주의 부활’이라는 악수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우익 정치인들의 판단 오류로 인해 현재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불만이 고조되며 선거 지지율이 하락하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또 “선거 전까지 당분간 아베는 물론 하시모토 시장이 참여하고 있는 일본유신회 등 일본 우익세력들의 망언은 주춤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야당인 ‘우리 모두의 당’과 연정에 성공, 평화헌법 개정 의석이 확보되면 그 때 다시 극우 발톱을 드러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의 교수도 “일본 우경화 인사들이 계속해서 왜곡된 발언을 하다 돌연 선회한 것은 국제 사회 비난이 높아지고,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일시적 행보”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분명한 것은 이것이 일시적 행동이지 선거 이후 언제든 다시 자신들의 극우 열망을 드러낼 수 있다”며 “결코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해서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이달 13일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고 주장을 필두로 17일에는 니시무라 신고 의원이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거린다’고 망발을 늘어 놓은 데 이어 22일에는 일본 유신회의 히라누마 다케오 의원단 대표가 “종군 위안부는 ‘전쟁터 매춘부’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23일(현지시각)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국수주의적 수사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무부는 이어 “특히 여러 일본 정치인들이 부끄러운 위안부 이용 관행과 그들의 성 노예화 문제를 희석시키거나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에 걸쳐 했다”며 “하시모토 도루 시장의 발언은 특히 파렴치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제니퍼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하시모토 대표 발언은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며 “그 시대에 여성들이 성적인 목적을 위해 인신매매됐다는 사실은 개탄스럽고 명백히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미국 정부는 당시 희생자들에게 진심어린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일본이 이번 이슈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이웃 국가들과 협조하면서 관계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촉구하는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의 무책임한 망언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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