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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만 있고 예술은 없는...더러운 세상


입력 2013.05.25 10:36 수정 2013.05.25 10:39        장두이 기획위원/예술인

<장두이의 아름다운 문화세상 219>돈들인 대형 작품만 지원 순수의 시대 몰락

1999년 12월 세상을 떠난 예지 그로토프스키의 초상화. 인터넷 화면 캡처. 1999년 12월 세상을 떠난 예지 그로토프스키의 초상화. 인터넷 화면 캡처.
"국내에 존재하는 오페라단을 다 합치면 200여개 단체나 될걸요? 근데 그 가운데 출연자들에게 돈을 제대로 줄 수 있는 데는 2~3세 군데도 안 될 겁니다."

"국내 연극 단체는 줄잡아 400개 단체는 넘을 것입니다. 근데 마찬가지로 배우나 스탭진에게 제대로 돈을 지급할 수 없는 열악한 상태죠."

어느 모임에서 들은 이 탄식의 소리는 우리 문화 예술의 현 주소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예술가가 예술 행위로 생활할 수 없는 것은 예술가를 생활인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사람은 0.2%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장의 카드로 후학들에게 제2의 전공이나 전공 이외에 다른 생계 수단이나 기술을 연마하여 예술 활동을 하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

사실 예술이 평생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고 모자라는 일인데... 온전히 예술만 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쩌면 이러한 현실적 생활의 문제나 현실의 유혹 등으로 해서 지금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예술가가 나오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같은 황금 만능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욱 순수예술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돈 없으면 이젠 예술도 못해요......"

그러나 돈 없어도 아니 조금 밖에 없어도 만들어진 진실을 담은 진정한 예술을 보아주고, 인정하고, 누리는 우리 주변이 없다면 그나마 좋은 양질의 순수 예술은 오랫동안 나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런 순수 예술의 알토란을 찾고 키우는 작업도 우리에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재를 찾고 키워주는 노력과 인내가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허약한 모래 위에 집짓기 식의 텅빈 공허 속에 함몰될 것이다.

그나마 오페라 단체나 순수 연극 단체 등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 진정한 가치를 왜곡되게 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로 순수를 추구하는 단체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폴란드 출신의 연출가 예지 그로토프스키는 '가난한 연극'의 길을 부르짖어 미국 록펠러 재단 같은 곳에서 그에게 순수 예술을 지속하라고 지평을 열어 주었다. 물론 그 영향으로 그의 철학은 현대 연극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연극 본연의 순수를 지켜가게 만들었다. 마치 우리의 화가 이중섭이 그림 그릴 것이 없어 담배 갑에 최고의 그림을 그린 '그림의 순수'처럼 말이다.

자본주의적인 사고의 맹점은 예술품이 비싸지 않으면 좋은 예술이 아니란 오류의 출발이다.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 한 점이 1880억 원을 호가 했는데, 그럼 그보다 싼 그림은 모두 그보다 못한 예술품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천 억 가까이 들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파이더 맨'이 단 돈 200만원으로 만들어진 우리 대학로의 작품 보다 비싸니까 좋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국내에서 가졌던 뮤지컬 어워드 시상식이나 영화제에서 모두 제작 규모가 큰 작품 위주로 시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상만 있고 예술은 없네...!"

글/장두이 연출가·배우

장두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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