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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뇌구조 난공불락의 멘털 매니지먼트


입력 2013.03.18 07:47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불만족 판정 '내것만 잘하자' 다스려…완벽 연기 앞에 심판도 백기투항

아사다 마오에겐 없는 '강심장' 정신력…부정을 엎어버리는 '긍정의 힘'

김연아의 멘탈 매니지먼트는 완벽했고,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형편이 없었으며, 북미파의 돌풍 조짐도 그저 찻잔 속의 돌풍에 불과했다. 김연아의 멘탈 매니지먼트는 완벽했고,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형편이 없었으며, 북미파의 돌풍 조짐도 그저 찻잔 속의 돌풍에 불과했다.

'피겨 여제' 김연아(23)가 2년의 공백기를 거치고도 세계선수권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했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2013 ISU 피겨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레 미제라블’을 선보이고 148.34점(기술점수 74.73점·예술점수 73.61점)을 획득, 쇼트 프로그램(69.97점)과의 합계에서 무려 218.31점을 받으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연기를 펼친 선수들 가운데 200점을 초과한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했다. 2위를 차지한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197.89점)와는 무려 20.42점 차이가 났다. 모든 기술에서 가산점(GOE)이 나왔다. 가장 낮은 GOE도 0.79점이었고 1.90점까지도 나왔다.

반면, ´백조의 호수’에 맞춰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등 점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도 기술 65.96점·프로그램 구성 68.41점으로 134.37점을 받아 총점 196.47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채점방식 변경 이후 최고점이었던 아사다의 최고점(205.45점)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이자 채점방식 변경 전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기록했던 프리 스케이팅 최고 점수(150.06점)와 역시 세계 신기록이었던 합계점수(228.50점)에 근접한 점수다.

이미 드레스리허설부터 최고의 컨디션을 뽐내 실전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었다. 김연아는 총 24명이 출전한 프리 스케이팅에서 유일한 ‘클린’ 연기를 펼친 끝에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챔피언이 됐다.

사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김연아의 앞에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했다.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지난 2년간 그랑프리 시리즈나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급 대회 출전이 없었던 김연아가 심리적 중압감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멘탈 매니지먼트’ 문제가 첫 번째 변수였다. 또한, 김연아와 대회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던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 성공 여부도 변수였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 애슐리 와그너, 그레이시 골드(이상 미국) 등 ‘북미파’ 선수들의 선전 여부도 잠재적 변수였다.

세계선수권 개막 이후에는 또 하나의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의 판정 차별 논란이었다. 지난 15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긴 했지만, 김연아가 받은 69.97(기술점수 36.79점·예술점수 33.18점)이라는 점수가 연기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박했던 반면, 경쟁 선수들에 대한 점수는 상대적으로 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세 차례의 점프를 비롯해 스핀, 스텝 스퀀스 등에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연기 직후 심판들로부터 두 번째 트리플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으며 감점을 받는 등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았다.

트리플플립은 오른발로 얼음을 찍어 점프하는 순간 왼쪽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 안쪽 가장자리(인 에지)를 쓰는 점프인데, 심판들은 김연아가 뛰는 순간 다른 쪽 가장자리를 사용했다는 판정을 내린 것. 하지만 이후 여러 각도에서 찍은 느린 화면이나 정지영상 등을 보면 플립 점프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사다의 경우,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다가 회전수 부족에 두 발로 착지가 이뤄진 것이 느린 화면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심판진은 아사다에게 감점은커녕 가산점까지 부여했다.

코스트너의 경우도 지나치게 높은 예술점수가 문제가 됐다. 이날 코스트너의 쇼트 프로그램 점수는 66.86점. 이 가운데 33.85점을 예술점수로 받았다. 이 같은 예술점수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 받은 33.80점보다도 높은 예술점수다.

이 같은 차별적 판정에 대해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 언론들까지 나서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여론이 김연아 편으로 돌아섰고, 이날 심판진의 차별적 판정이 역풍을 맞으면서 프리 스케이팅에서 공정한 판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등 전화위복의 상황이 됐다. 그래도 프리 스케이팅에서 온전히 공정한 판정이 내려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 동안 김연아가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변수를 모두 날려버린 셈이 됐다. 김연아의 멘탈 매니지먼트는 완벽했고,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형편이 없었으며, 북미파의 돌풍 조짐도 그저 찻잔 속의 돌풍에 불과했다. 그리고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판정에 대한 노파심도 김연아 완벽한 연기 앞에 의미 없는 ‘기우’가 되어 버렸다.

완벽한 연기 앞에 김연아에게만 유독 깐깐했던 태도의 심판진도 최고의 점수를 주는 것으로 백기항복 할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출국하는 자리에서 “나만 실수 안 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차별 판정 논란이 일었던 쇼트 프로그램 이후에도 “다른 선수들의 연기에 상관없이 나의 연기를 잘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김연아는 자신의 말대로 스스로의 실력으로 모든 부정적 가능성을 내포한 변수를 긍정적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이제 김연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드러난 세계 여자 피겨의 수준을 살펴보자면 김연아에게 천지가 개벽할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림픽 2연패가 유력해 보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이 김연아가 소녀티를 막 벗은 상태에서 따낸 금메달이라면, 내년 소치에서 따내는 금메달은 원숙한 여인의 향기를 뿜어내며 따내는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세계 어느 여자 피겨 선수도 이뤄내기 어려운 위업을 또 하나 달성하는 셈이다. 당연히 세계 피겨 역사에 뉴 밀레니엄 시대에 탄생한 첫 피겨 영웅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기도 하다.

김연아의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은 한편으로 한국 피겨 역사에는 또 다른 의미의 업적을 남기게 된다.

우승 여부를 떠나 한국 피겨 최초로 3명의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서는 일을 가능케 한 업적이 바로 그것.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김연아는 두 명의 후배들과 함께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한국 피겨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 유망주들에게 약속대로 천금과도 바꾸기 힘든 소중한 경험을 선물하게 됐다. 이 같은 경험이 ‘평창’을 준비하는 한국 피겨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란 사실은 당연하다.

4년 만의 월드 챔피언 복귀로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라는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이름값을 앞세운 어드밴티지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다시 얻어낸 성과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게 하는 멘탈 매니지먼트도 여전히 살아있다. 소치로 향하는 김연아 발걸음에 강한 믿음이 가는 이유다.

한편, 갈라쇼 일정을 마친 김연아는 20일 귀국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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