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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미도리 영광에 갇힌 답답한 아사다 마오


입력 2013.03.15 09:51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1992 알베르빌 은메달 업적에 점프 기술만 목매

김연아, 피겨영웅 흡수 뒤 자기 색으로 업그레이드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난도 기본 점수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대선배’ 이토 미도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난도 기본 점수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대선배’ 이토 미도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에 ‘구속’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는 15일(한국시각)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 여자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와 6위라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날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에서 두 발 착지에도 가산점까지 챙겼다. 그러나 연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 저하가 뚜렷했다. 트리플 플립-더블 룹 콤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트리플 룹도 1회전 처리해 62.10점으로 6위에 그쳤다.

반면, 김연아는 안정된 연기로 69.97점(기술36.79/예술33.18)을 받아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을 비롯해 레이백 스핀(레벨3), 스텝 시퀀스(레벨4), 이나 바우어-더블 악셀을 무난히 소화했다. 다만, 트리플 플립서 롱에지로 0.2 감점 받았다. 모호한 판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 종료 후 전문가들은 둘을 주목했다. 김연아에 대해 “여전히 독보적”이라고 칭찬한 반면, 아사다를 향해선 “안타까움이 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트리플 악셀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난도 기본 점수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대선배’ 이토 미도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토 미도리는 ‘트리플 악셀 마스터’로 불린다. 예술성은 전무하지만 3회전 반 점프 하나로 세계를 홀리며 피겨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아사다를 비롯한 후배들은 이토 업적을 가슴에 품고 점프에 목맸다. 가냘픈 여성이 뛰는 3회전 반은 그 자체로 드물고 강렬해 집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안도 미키가 한 발 더 나가 4회전에 도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안도도 올림픽 최초 여자 싱글 4회전 성공이라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아사다의 경우는 트리플 악셀로 우승한 ‘황홀한 추억’도 있어 더욱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트리플 악셀 고집 때문에 아사다만의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니어 시절의 앙증맞은 연기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 피겨는 종합적 가치를 아울러 평가한다. 그러나 아사다는 지금껏 고난도 기술에만 전력투구하다 보니 균형이 무너졌다. 이번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트리플 악셀 과부하에 따른 체력 저하, 집중력 분산 현상이 뚜렷했다.

아사다가 김연아에게 배울 점도 여기에 있다. 김연아도 어린 시절 미셸 콴을 보며 국가대표를 꿈꿨다. 미셸 콴의 관중을 사로잡는 열정적 표현 방식을 접한 뒤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 미셸 콴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토 미도리 영광에 갇힌 일본 선수들과 달리 ‘시야’가 넓었다. 성장하면서 미셸 콴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셸 콴 감성에 정교한 기술을 덧칠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기라성 선배들의 작품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뒤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대표적 예로 아라카와 시즈카의 황홀한 이나 바우어다. 이나 바우어는 양 스케이트 날이 반대 방향에서 활주하는 것이다. 아라카와처럼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는 레이백 자세는 이나 바우어 맛을 살리는 양념이지 ‘주’가 아니다.

김연아는 이나 바우어 자세에서 바로 더블 악셀을 시도한다. 반면 아라카와는 레이백 이나 바우어 이후 도약을 위해 자세를 고쳐 잡는다. 평균 두 번 이상 돌아 추진력을 얻은 뒤 점프한다. 아라카와는 김연아 이나바우어-더블 악셀 콤비에 대해 “믿을 수 없다. 스케이트 날이 엇갈려 활주하는 상황에서 경이적인 속도와 저런 비거리가 나올 수 있을까”라고 극찬한 바 있다.

아사다도 피겨 선배들의 장점을 두루 살폈다면 어땠을까. 여자 트리플 악셀 선구자(?) 이토 미도리 영광에 갇힌 아사다가 안타까운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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