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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이가 평창서 여러부늘 격녀하리라”


입력 2013.01.30 01:15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지적장애인 올림픽 특별한 사연과 도전

비장애인들에게 오히려 힐링캠프 될 것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은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 폐회식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린다.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은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 폐회식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린다.

“격려를 하러 왔다가 격려를 받고 갈 것이다.”

2013 평창스페셜올림픽 나경원 조직위원장이 자신 있게 내놓은 말이다. 지적 장애인들, 그들만의 축제라고 치부한다면 오산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Together We Can!’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막을 올리는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은 비장애인들이 헤아리지 못하는 땀과 도전의 가치, 그리고 스페셜 스토리로 가슴을 뜨겁게 적실 파노라마다.

29일 지적장애인들의 뜨거운 도전의 기운이 느껴지는 개회식 현장(강원 평창 용평돔)에서 만난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지적장애인들을 두 번 쳐다보지 말고, 두 번 생각합시다”라고 호소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눈을 뜨고 크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같이 웃고 울며 살아가는 보통의 이웃이자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은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 폐회식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린다.

올림픽·패럴림픽과 함께 3대 올림픽에 들어가는 스페셜올림픽은 지적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하고 사회적응 능력을 제고, 생산적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전 세계 지적 장애인들의 살아있는 축제다.

신체능력과 관계없이 8세 이상의 모든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엘리트 선수가 참여하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과도 구분된다.

비장애인 올림픽 주기에 맞춰 4년마다 열리고 있는 스페셜올림픽은 지적발달 장애인의 운동 능력과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초점이다. 따라서 승패보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도전정신과 치열한 노력에 더 의미를 둔다.

물론 여느 올림픽처럼 1~3위에겐 메달을 수여하지만, 나머지 참가 선수들에도 리본을 달아준다는 점은 사뭇 다르다. ‘참가자 모두가 승자’라는 스페셜올림픽 모토와 궤를 같이 한다. 그렇다 보니 경기결과에 무게를 두고 박수를 치기보다는 목표지점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며 흘린 땀의 결실에 큰 충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동계대회서 치러지는 종목은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스노보드·스노슈잉 등 4개 설상종목과 피겨스케이팅·쇼트트랙·플로어하키 등 3개 빙상종목 등 전체 7개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갖고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다.


벼랑 끝에서 시작된 기적의 포효

"이 아이는 왜 내게 왔을까.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사랑이 없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스노보드 종목에 참가하는 박정현(25)의 아버지 박덕주 씨의 고백이다.

스노보드 선수 박정현은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앓아 수도 없이 많은 고비를 넘기며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 국가대표에 이르렀다.

다운증후군의 박정현은 어린 시절은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한 길이었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뭐든지 먹으면 바로 토했고, 낮엔 집과 병원을 오갔다. 밤에는 내내 등에 업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의사는 “3세 정도 되면 집에서 감당하기 힘드니 시설로 보내야 될 것”이라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서서 주저앉지 않았다. 그 어린 아이의 눈빛이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기관에서 부모 교육을 받아가며 배운 대로 희망을 품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박덕주 씨. 애정이 담긴 그의 노력 덕에 아이는 어느덧 걷고 눈도 마주치며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분명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아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한다.

20여 년 동안 고등교육까지 마무리하고 틈틈이 연마한 운동.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모방력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나다”는 말에 힘을 얻어 택견, 인라인, 스노보드 등 끊임없이 훈련을 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을 기다려왔다. 벼랑 끝에 섰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쾌속 질주할 보드를 껴안고 평창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박정현이 이번엔 설원에서의 쾌속 질주로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줄 준비를 마쳤다.

플로어하키 최경재. 플로어하키 최경재.

의학적 설명이 불가능한 기적의 선수로 꼽히는 플로어하키 공격수 최경재(19)의 사연도 가슴을 적신다. 기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다른 무엇으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최경재는 생후 23개월께 문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파상풍으로 발전돼 중증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몸이 마비되고 의식불명 상태로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 사고로 뇌의 절반을 잃었다. 청각신경과 연결된 뇌 부분이 손상돼 4~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최경재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운명을 거스르며 19년 동안 늘 최선을 다해왔고, 현재는 플로어하키 국가대표 최고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벼랑 끝에 섰던 칠흑 같은 과거를 딛고 어느새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기적을 현실에서 이뤄냈다.

노래로 기적을 울려 퍼지게 하는 박모세(21)도 눈길을 모은다.

박모세는 스페셜올림픽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선창,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병원의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으로부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애를 가진 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

뇌수가 흐르지 않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어 병원마저 한 달여 만에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며 그를 강제 퇴원시켰다. 박모세는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위험한 뇌수술을 4차례 받았고, 뇌의 90% 이상을 잘라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에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5살 때였다. 부모를 따라 용인의 한 교회를 다니던 그는 어느 때부터 찬송을 듣고 아는 체하기 시작했고, 7살부터는 말문이 열리며 어눌하게나마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2002년 11살 때 주위의 추천을 받아 장애인농구대회에서 애국가를 불러 화제가 됐고, 2012경산하계대회 개회식에도 애국가를 불러 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젠 세계 4000여 관중들 앞에서 또 한 번 애국가를 불러 큰 감동을 선사했다.


가!족! 사무치는 그리움을 타고!!

부모에게 버림받아 미국으로 입양된 지적장애인 헨리 미스(23·미국 스노보딩팀)는 평창스페셜올림픽을 통해 부모를 찾고 있다. 지적장애인으로서 버림 받고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타고 스페셜올림픽까지 찾아온 것.

헨리는 신생아 합병증으로 장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그의 장애를 사랑으로 안아 스노보딩 선수로 성장시켰다. 왕성한 에너지와 뛰어난 운동감각을 지녔던 그는 고교 재학 중 스노보딩을 접했다. 이후 놀라운 재능으로 미국 스노보딩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번 한국행이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이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러면서 헨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친부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하고 있다.

어릴 적 헤어진 남동생을 찾기 위해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도 있다.

생활고로 노숙자 생활까지 했던 지적 장애인 임화정(30)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다. 경북 안동서 태어난 임화정은 1999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동생 임종국(26)씨와 함께 부산의 한 사회복지법인에 맡겨졌다. 동생은 1년 만에 복지법인에서 도망쳤고, 임씨도 동생을 찾기 위해 시설을 나왔다. 하지만 동생은 또 사라졌다.

2006년 부산 혜원학교에 진학한 임씨는 체육교사의 권유로 사이클을 시작했다. 강한 승리욕과 남다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전국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임화정은 “스케이트도 자전거처럼 빨리 달리잖아요. 그래서 매력을 느꼈다”며 2010년 쇼트트랙에 입문한 배경을 소개했다. 그 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부모, 동생과 함께 했던 아련한 추억 속에 빙상장과 스케이트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은 단 하나. 이번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더 유명해져 가족과 남동생을 찾는 것이다. “어렸을 적 누나가 구박 많이 해서 미안해. 누나는 이렇게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리 힘내자.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아 스페셜올림픽에서 빙상을 가른다.

크로스컨트리 최아람. 크로스컨트리 최아람.

왕따 극복하고 설원 달린다

크로스컨트리 간판 최아람(14·태백미래학교 중학부) 양은 초등학교 시절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아픈 엄마와 뇌성마비인 언니, 동생을 혼자 돌보며 친구들의 비웃음을 애써 참아냈다. 수업 시간이면 화장실에 숨어 있기 일쑤였다.

2007년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2011년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야 아버지는 딸이 지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뒤늦게 태백미래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최아람은 이곳에서 박영철 코치를 만나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박 코치는 근력과 균형 감각이 좋은 최양을 크로스컨트리의 세계로 인도했다.

152㎝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심폐력을 키우기 위해 최아람은 매일 20㎞를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10분만 달려도 숨이 차고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이를 악물고 달렸다.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2011년 제8회 전국장애인 동계체전에서 우승, 지난해 2월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꽃을 피웠다. ‘왕따’에서 국가대표가 됐고, 성인을 포함해 종목 최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벼랑 끝에서 기적을 일으킨 선수들, 자신을 버렸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설원을 가를 선수들, 지적장애인이라 겪어야했던 왕따의 아픔을 극복한 선수들. 뜨거운 피를 끓이며 포효할 선수들의 기운이 감도는 평창스페셜올림픽 현장은 어쩌면 자신의 환경과 처지를 비관하고 찡그린 얼굴을 했던 비장애인들에게 오히려 힐링캠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그 힐링캠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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