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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군! 요즘 연극 할만한가?!


입력 2013.03.09 09:35 수정 2013.05.22 14:43        장두이 기획위원/예술인

<장두이의 아름다운 문화세상 218>우리 시대의 연극 스승

얼마 전 한파 속에서 대학로의 한 작은 커피숍에서 우리 시대의 원로 연극 평론가이시며 영문학자이신 여석기 교수님의 ‘여석기 나의 삶, 나의 학문, 나의 연극’(연극과 인간 출판사)이란 신간 서적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아흔을 넘기신 노 교수님의 출판은 서늘한 대학로 연극판에 하나의 훈훈한 인생이자, 학문이며 연극이었다. 필자의 고려대학교 은사이시기도 한 여석기 교수님은 우리 현대 연극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기신 분이다.

한국 영어영문학회를 비롯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 회장, 국제 극예술 협회(ITI) 한국 본부 회장, 한국 연극 평론가 협회 회장,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 원장, 그리고 우리 현대 연극의 근간이 되는 희곡 작가들을 위한 극작 워크숍 등을 창설하며 주관하신 분이다.

30년 넘게 고려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시며 우리 연극을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연극 전문 잡지 “연극 평론”을 1970년부터 약 10여 년 간 출간하시어, 당시 목말라하던 우리 연극의 현장과 세계 연극의 흐름을 우리들에게 명료하게 알려주시던 선구자이며 개척자이시다.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비롯한 대표작들을 번역하시어 지금도 곳곳에서 교수님의 번역본이 공연되고 있다. 교수님의 저서 가운데 ‘한국 연극의 현실’, ‘동서 연극의 비교 연구’, ‘햄릿과의 여행 리어와의 만남’, ‘나의 햄릿 강의’ 등은 지금도 후학들이 읽어야 할 명저 들이다.

그리고 교수님이 영문으로 번역한 우리 가면극에 대한 글들은 서구 사회에 우리 전통 연극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 필자가 교수님의 명 강의 ‘연극 개론’을 들으며 연극에 대한 사랑과 집념을 갖게 되었으니, 교수님은 평론가 뿐 아니라 우리의 드믄 연극 인문학의 전도사이시다.

이번의 신간 ‘여석기 나의 삶, 나의 학문, 나의 연극’은 우리 근,현대 한국 연극사의 소중한 기록이며 논평의 중심이다. 특히 우리 연극을 ITI(국제 극예술 협회)를 통해 서방 세계에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하셨던 교수님은 단순히 평론가를 넘어 진정한 우리 시대의 연극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출판 기념회 날, 원로 연극인들과 주변의 지인들 몇 분을 모시고 하는 조촐한 자리였지만 필자에겐 가장 중요한 우리 연극인의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출판회장을 떠나면서 필자의 마음속으로 교수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면서 동시에 우리 연극의 현주소를 생각하며 허탈한 걸음을 뒤로했던 건 무슨 이유일까?

이렇게 허망한 것이 인생이 아니거늘. 이러한 분과 책은 동시대 우리들에게 푯대가 되고 기억과 역사에 남아야 하거늘.

인생이 한 마당 연극이런가?
진정한 연극이 인생의 거울이 아니던가?

“장두이 군! 요즘 연극 할만 해?”

아흔이 넘은 교수님의 집요한 질문과 뚜렷한 사념에 기반을 둔 의식의 번뜩임이 이 못난 후학을 더 열심히 하라고 채근하고 있어 좋았다. 아니 감동 그 자체였다.

장두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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