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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아스날행? '벤치' 박주영과는 다르다


입력 2012.08.15 09:07 수정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아스날 미드필더 보강 위해 120억 베팅

넓은 시야-패싱력, 벵거 감독 선호 스타일

아스날은 기성용을 영입하기 위해 700만 파운드(약 126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했다. 아스날은 기성용을 영입하기 위해 700만 파운드(약 126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했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이끈 기성용(23·셀틱)의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영국의 대중지 <더 선>-스코티시 판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기성용을 영입하기 위해 셀틱에 700만 파운드(약 126억원)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앞서 퀸즈파크레인저스, 풀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그러자 기성용의 소속팀 셀틱은 느긋한 입장이다. 현재 셀틱은 기성용의 이적료로 900만 파운드(약 169억원)를 책정해 놓은 상황. 지난 2009년 FC 서울로부터 200만 파운드(약 36억 원)를 주고 데려온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최소 4배 이상의 장사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스날은 셀틱의 요구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올 여름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는 아스날은 수석 스카우트 스티브 로울리가 기성용을 영입 1순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성용 입장에서 아스날 이적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스날에는 대표팀 선배이자 FC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주영이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내내 벤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 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물론 미드필더인 기성용과 공격수인 박주영은 쓰임새가 전혀 다른 선수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 시즌 아스날의 상황과 벵거 감독의 성향까지 고려하면 기성용은 중용될 가능성이 무척 큰 선수다.

지난해 아스날은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에 이어 사미르 나스리까지 팀을 떠났고, 주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마저 이적설에 휩싸였다. 다급해진 벵거 감독은 이적 시장 종료직전, 박주영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적 또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판 페르시의 보험용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판 페르시는 시즌 내내 건강했고, 박주영은 벵거 감독이 부여한 얼마 되지 않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의 움직임은 둔했고, 동료들이 제공해준 패스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마르세유와의 UEFA 챔피언스 조별리그 경기가 치명적이었다. 이후 벵거 감독의 시야에서 박주영은 사라졌다.

반면, ‘중원 사령관’ 기성용은 벵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언제나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벵거 감독은 자신의 축구가 미들라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벵거 감독은 팀이 승리하더라도 좋지 않은 경기력을 펼치면 불같은 화를 내곤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벵거 감독 축구의 시작과 끝은 중앙미드필더다. 패트릭 비에이라를 시작으로 질베르투 실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그리고 지금의 알렉산드르 송 등은 벵거 감독의 4-3-3 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아왔다.

이들은 수비 시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다가 역습 찬스에서는 한 번에 길게 찔러주는 롱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했다. 공격 시에도 상대 박스까지 근접하는가 하면 효율적인 공수 조율로 경기를 이끌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파브레가스를 제외하면 이들 모두는 일명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면에서도 볼 때 기성용은 아스날에 최적화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셀틱 이적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에 국한됐던 기성용은 경쟁력을 키워 중원의 사령관으로 변모했다. 잉글랜드보다 거칠기로 소문난 스코틀랜드에서 살아남은 점도 기성용에겐 플러스 요인이다.

만약 입단할 경우 포지션 경쟁자인 알렉산드르 송이 이적설에 휘말려 있는 점도 호재다. 송은 현재 FC 바르셀로나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선수 본인은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호한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물론 송이 팀에 남더라도 기성용은 출전시간을 최대한 보장받는 주전급 로테이션 멤버가 될 수 있다.

최근 아스날의 주요 선수 이적명단. 최근 아스날의 주요 선수 이적명단.

지난해 아스날은 구단 역사상 최다인 약 5100만 파운드(약 903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그러고도 약 189억원이 남았다. 파브레가스, 나스리 등을 팔아 거둔 자금에서 사용한 이적료였다.

하지만 7년째 무관에 그치자 벵거 감독도 결국 칼을 빼들었다. 이미 입단 합의를 이끌어낸 독일 대표팀의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가 거너스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 득점왕 올리비에 지루드까지 영입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윙어 산티 카졸라도 아스날의 빠른 축구를 완성시키기 위해 런던에 입성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돌파력이 무기인 카졸라는 맨체스터 시티의 다비드 실바처럼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선수다. 따라서 2003년 호세 레예스의 2700만 파운드(영입 당시는 1500만 파운드) 이후 팀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1500만 파운드(약 266억원)의 이적료를 투자했다.

기성용은 정확한 킥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롱패스가 일품인 선수다. 나이도 23살에 불과하다. 벵거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가 바로 기성용이다. 게다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전세계 축구계에 확실히 알렸다. 어쩌면 아스날의 관심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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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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