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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보이는 롯데…식어가는 팬심 두렵다


입력 2011.07.02 19:28 수정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롯데팬 무관중 경기 극단적 방법 동원

우승 원하는 구단 측 실수 되짚어봐야

이제는 롯데 구단 측에서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 다가왔다. 적어도 우승이 아니라 4년 연속 가을 잔치를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후반기로 치달을수록 1경기 차를 좁히는데 10경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에게 올 시즌 남은 경기는 60여 경기. 이제 시즌의 절반을 지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논리에 따른다면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롯데는 4위 LG에 정확히 6경기 차로 뒤져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패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승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벌어지는 것이 롯데의 현실이다. 게다가 이제는 7위 한화에게 반 경기차로 쫓기며 바닥을 더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면서 성난 롯데팬들은 점차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의 취임식 때만해도 롯데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차있었다. 양승호 감독의 취임식 때만해도 롯데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차있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3년간 팀을 이끌던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우승은 고사하고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는 조치였다. 구단 프런트는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자연스레 많은 감독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우승 경험이 있던 김재박, 김인식 감독 등이 거론됐고, 현직이었던 김경문 전 두산 감독까지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막상 지휘봉을 잡은 이는 다소 생소한 양승호 고려대 감독이었다. 프로 경력은 두산과 LG에서의 코치, LG 감독대행(80경기)이 전부였다. 구단 측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할 부지런한 지도자가 필요했다. 30여명의 후보군 가운데 가장 많이 신경을 써 선택한 인물이 바로 양승호 감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양승호 감독은 취임사에서 “내년 이맘때 축배를 들 수 있길 기원한다”며 당차게 우승을 자신했다. 신동인 구단주대행 등 수뇌부도 격려사를 통해 우승을 부탁했다. 그러나 팬들은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현실 역시 새내기 감독이 해쳐나가기에 결코 만만치 않았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적절치 못한 작전 지시와 이해할 수 없는 불펜운용, 여기에 혹사논란까지 불거졌다. 팬들 눈에 비친 양승호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했을지 몰라도 적어도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능력이 기대 이하인 아마추어 사령탑이었다. 그렇게 전임 감독이 3년간 쌓았던 공든 탑은 단 몇 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올 시즌은 롯데가 우승할 수 있는 최적기임에 분명하다. ‘7관왕’ 이대호가 버티는 가운데 막강한 공격력, 안정된 선발진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전준우, 이재곤, 김수완, 강민호, 손아섭 등도 기량이 한 단계 도약했고, 투타의 약점을 메울만한 황재균과 고원준이라는 미래도 함께 얻었다. 롯데 특유의 분위기만 몰아치면 우승도 그저 꿈만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시즌 후에는 이대호, 김주찬의 FA와 홍성흔-조성환의 노쇠화,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손민한 등의 불안요소도 안고 있었다. 때문에 우승의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롯데 구단 측이 진정으로 우승을 원했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 분명했다. 감독 선임은 물론 가르시아를 내보내고 데려온 코리는 애당초 전문 마무리감이 아니었고, 팀의 상징인 이대호와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도 선수와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 청부사’라고 일컬어지던 김응용 전 감독은 삼성 부임 첫해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물론 이듬해 LG를 꺾고 삼성에 첫 우승을 안겨주긴 했지만,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적장 김성근 감독은 “김응용 감독은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것이 더그아웃 반대편에서도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승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는 시즌 초반 우승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양승호 감독은 “몇 경기 차 이내면 승부 가능” “이달에 5할 승률을 올리면 충분하다” 등 나름 김성근 감독식의 분석을 내놓았지만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했다.

2000년 이후 롯데 구단 성적 및 평균관중 현황. 2000년 이후 롯데 구단 성적 및 평균관중 현황.

결국 화가 난 팬들이 발 벗고 나섰다. 오는 26~28일 홈 3연전에서 무관중 운동을 실시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 방안도 나왔다. 이 같은 집단행동은 팬들이 구단 측에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다. 그만큼 팬들은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롯데 구단 측이 팬들에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할 차례다. ‘조금만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라는 말만해도 답답함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물론 구단 프런트의 결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팬들에게 마땅히 실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롯데팬들이 사직구장에 가지 않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현 상황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성적을 떠나 뜨거웠던 팬들의 마음이 식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무관중을 넘어 무관심 경기를 펼쳐야할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 시절, 텅텅 빈 사직구장에서 경기하던 시절로 돌아간 뒤에 깨달아도 그땐 이미 늦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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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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