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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강호동’ 브록 레스너의 참된 진화


입력 2010.10.23 09:46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낯선 새로운 세계서 또 정상 등극

상대 배려하는 쇼맨십 진화도 닮아

씨름과 프로레슬링을 하던 시절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건방진 쇼맨십´을 펼쳤던 브록레스너(왼쪽)와 강호동은 어느새 ´자만´을 버리고 ´자신감만´ 갖춘 쇼맨십으로 탈바꿈했다. 씨름과 프로레슬링을 하던 시절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건방진 쇼맨십´을 펼쳤던 브록레스너(왼쪽)와 강호동은 어느새 ´자만´을 버리고 ´자신감만´ 갖춘 쇼맨십으로 탈바꿈했다.

브록 레스너(33·미국)와 강호동(40)은 닮은 구석이 많다. 외형뿐만이 아닌, 걸어온 과정과 행동이 묘하게 일치한다.

강호동은 만 19세 나이로 씨름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천하장사가 됐다. 당시 ‘1인자’ 이만기는 강호동의 저돌적인 기세에 무너지면서 씨름판 1인자 자리 내줬다. 이후 강호동은 천하장사와 백두장사를 연거푸 석권, 자타공인 씨름계 새로운 거성으로 등극했다.

레스너 역시 세계 최고의 프로레슬링 앤터테인먼트 단체인 미국 WWE에 데뷔하자마자 최단시간 월드 통합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찼다. 당시 슈퍼스타였던 더 락(미국)은 2002 섬머슬램 대회에서 브록레스너에게 1인자 자리 빼앗겼다.

락은 또 다른 직업인 할리우드 영화배우 일에 전념하기 위해 각본상 브록레스너에게 챔피언벨트를 내줌과 동시에 WWE에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제2의 인생도 닮은꼴이다. 강호동은 씨름판을 석권한 후 시선을 방송계로 돌렸다. ‘국민 코미디언’ 이경규의 도움으로 연예계에 데뷔, 개그맨으로 직업을 바꾼 것.

코미디언이 된 강호동은 짧은 신인시절을 거쳐 단숨에 국민 MC 자리에 올라섰다. 진행하는 프로그램마다 대박이었다. 특히,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강호동 특유의 자신감과 박력이 잘 묻어나는 강호동만을 위한 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스너 역시 WWE를 떠난 직후 잠시 미식축구와 일본 프로레슬링 계를 떠돌다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미국 UFC에 무혈 입성했다. 이후 프랭크 미어, 히스 헤링, 랜디 커투어, 쉐인 카윈 등 헤비급 강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UFC 정상급 스타로 우뚝 섰다.

레스너와 강호동은 쇼맨십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강호동은 민속 씨름으로 활약할 당시 대선배 이만기 앞에서도 거침없는 포효와 샅바를 둘러싼 ´살벌한 신경전´을 펼쳤다.

레스너 역시 프로 레슬링 계의 대선배 헐크호건과 언더테이커 앞에서 도발적인 언변을 펼쳤다. 물론 각본상 공격적인 말투였지만, 브록레스너는 대본에도 없는 ´애드리브´까지 넣어가며 헐크 호건을 조롱했다.

레스너의 이 같은 행동은 UFC 데뷔 초기 시절에도 묻어났다. 프로레슬링 세계의 각본에 의한 쇼맨십 버릇이 남아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서브미션의 대가 프랭크 미어를 상대로 한 UFC 100 리밴지 매치에서 보여 준 ´잔인한 쇼맨십´은 대중의 공분을 불렀다.

당시 레스너는 프랭크미어를 바닥에서 누른 뒤 일방적으로 ‘구타’해 이겼다. 문제는 경기 직후 브록레스너의 안하무인 태도였다. 선혈이 낭자한 프랭크 미어에게 도발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브록레스너는 다르다. 프랭크 미어전 이후, 실전 격투기 세계의 예절을 이해했고, 프랭크 미어에게 직접 사과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도 강호동과 브록레스너는 묘하게 닮아 있다. 둘은 각각 연예계와 UFC에 데뷔한 후 행동양식이 달라졌다. 씨름과 프로레슬링을 하던 시절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건방진 쇼맨십´을 펼쳤던 두 사람은 어느새 ´자만´을 버리고 ´자신감만´ 갖춘 쇼맨십으로 탈바꿈한 것.

자만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만은 상대를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행동을 보인다. 반면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행동을 함께 노출한다.

레스너는 24일 UFC 121를 통해 케인 벨라스케즈(28·멕시코)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세계 종합격투기 전문가들은 타격과 그라운드 등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한 케인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다. 심지어 몇몇 현역 격투사들은 케인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레스너가 밀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7월 UFC 116 쉐인 카윈과의 맞대결에서 맞는 것을 두려워 한 약점까지 노출한 터라 심리적으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레스너에게 시선이 가는 이유는 역시 달라진 그의 행동양식 때문이다. 프랭크 미어전 이후, 상대를 존중하기 시작한 모습에서 또 다른 자신감이 묻어난다.

쉐인 카윈과의 경기에서 입식 격투의 한계를 느낀 덕분에(?) 케인전에서는 달라진 경기운영을 기대해볼 수 있다. 입식의 상대적인 불리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타격전에 대한 반복대응훈련을 수차례 해왔다고 밝힌 레스너. 프로레슬러 시절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만심만 하늘을 찔렀던 교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UFC로 넘어오면서 상대의 전력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세밀한 분석가 파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노력하는 천재를 당해낼 수 없다. 노력하는 방송인 강호동이 국민 MC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처럼, 노력하는 싸움꾼 브록레스너도 UFC 왕좌 자리를 쉽게 내주리라는 상상은 당분간 하기 어렵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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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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