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권 취약계층 에어컨 기부 유감스러운 이유


은행연합회, 독거노인 500가구에 에어컨 설치 지원 홍보 나서
전기요금 지원 없어 실효성 의문…생산적인 아이디어 고민 부족
박유진 기자(rorisang@dailian.co.kr) |
은행연합회, 독거노인 500가구에 에어컨 설치 지원 홍보 나서
전기요금 지원 없어 실효성 의문…생산적인 아이디어 고민 부족


▲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오른쪽에서 첫 번째)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용산구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은행연합회

'올해 여름도 폭염이 예상됨에 따라,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무더위를 건강히 이겨낼 수 있도록 저소득 독거노인 500여 가구에 에어컨 제공·설치…'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착한바람 캠페인' 홍보자료에 적힌 문구다. 은행연합회는 보건복지부 위탁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2억원을 기부해 저소득층 독거노인 약 500여 가구에 에어컨을 무상 제공했다.

자료를 훑어보면서 좋은 취지라는 생각보다 저소득층 그리고 독거노인이라는 단어부터가 달갑지 않게 다가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상당 수인 이들에게 에어컨 설치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에어컨 기기와 설치 등으로 가구당 수십만원은 됐을 법한 비용으로 보다 생산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에어컨을 노인들이 자주 오가는 복지관이나 노인정 등에 기부했거나 창호에어컨 설치 혹은 에너지바우처를 함께 지급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요즘에는 취약계층의 냉난방 지원 사업으로 전기와 도시가스, 액화천연가스(LPG), 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게 이용권을 지급해주는 제도가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으로 에어컨을 제공하며 냉방비도 함께 지급하는 사례가 있어 은행권의 행보가 더 아쉬운 대목이다.

낮 기온이 최고 30도까지 오르는 요즘.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더위를 피해 집 앞 그늘로 피신(?) 나온 노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은 지 족히 30년은 돼 보이는 노후된 주택으로는 더위를 피하기 어려워 부채질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그들에게 에어컨을 설치해주면 이 같은 풍경이 사라질까.

요즘 영국 등 선진국에선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고령자를 위해 냉·난방 용품 기부 대신 주택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돈을 들이면서 단열이 제대로 되는 노후 주택에서 무더위와 함께 한파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은행권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활동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생산적이고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려는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닌지 묻고 싶을 뿐이다. 그들은 '쇼'의 출연자 역할에 머물기에는 너무나도 절박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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