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에릭과 로맨스, 설레고 정들었죠"


tvN '또 오해영' 인기 일등 공신…"나도 애청자"
"사랑에 올인하는 캐릭터 공감, 그런 사랑하고파"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다.ⓒ점프엔터테인먼트

"가장 거짓 없이, 솔직하게 연기했어요. 연애의 민낯을 아낌 없이 보여드리고 싶었죠."

매우 월, 화요일 '또요일' 열풍을 일으킨 그냥 해영이 서현진(31)은 드라마의 인기에도 들뜨지 않았다. 마지막회 날 촬영을 마친 그는 사랑에 푹 빠진 오해영에게서 벗어난 듯 차분했다. 서현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꾸밈이 없었다. 기교, 가식 없는 해영이와 서현진은 어딘가 모르게 닮은 듯했다.

28일 방송된 '또 오해영' 최종화는 평균 시청률 10.6%(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찍으며 종영했다. 로코의 부활을 알린 이 작품의 중심에는 서현진이 있다.

사랑과 일에 치이는 평범한 30대 여성 오해영로 분한 서현진은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해영이가 울고 웃으면, 시청자도 덩달아 울고 웃었다. 서현진은 사랑 앞에서 적극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며 판타지를 끌어올렸다.

'또 오해영' 신드롬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서현진을 드라마 종영 직후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서 평범한 30대 여성 오해영으로 분해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점프엔터테인먼트

"'또 오해영' 만나 감사"

셔츠에 치마를 입고 상큼발랄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선 서현진은 "마지막 방송을 배우들과 함께 보고, 술 한 잔 했다"며 "드라마가 끝난 게 실감이 안 난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들은 '또 오해영'의 일등 애청자예요. 드라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죠. 이런 대본을 만나 정말 감사해요. 다들 힘든데 짜증 한 번 내는 사람이 없었어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처음 알았어요. 웰메이드 드라마여서 기분이 좋고요."

오해영 역할이 처음부터 서현진에게 간 건 아니었다. 돌고 돌아 해영이를 만난 서현진은 "내가 캐스팅을 결정하진 않았다"고 웃은 뒤 "감독님께 안 해도 상관없는데 대본을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욕심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이 작품을 하면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잘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오해영은 예쁘고 잘난 오해영(전혜빈)에게 비교당하면 살아왔다. 가슴에 큰 상처도 있다. 결혼 전날 남자친구로부터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차인 여자다. 실연당한 것도 모자라, 동기들 다 승진할 때도 혼자 떨어진다. 사랑도 커리어도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서현진은 '또 오해영'에 대해 결국은 사랑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자존감이 낮은 한 여자가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 대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밝혔다.ⓒ점프엔터테인먼트

3회에서 해영이가 도경(에릭)에게 "난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잘되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기를 바란다"고 한 장면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서현진 역시 많이 울었다.

"서현진이 연기하는 오해영이잖아요. 제 민낯을 보여드리지 않으면 시청자분들이 공감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해영이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과정에서 조금 창피하긴 했어요. 저도 사람이잖아요. 어디까지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제가 용기낼 수 있게 스태프들이 도와줬답니다."

해영이는 스스로 '쉬운 여자'라고 할 만큼 사랑에 '올인'했다. 부모가 말려도 소용 없다. 이해하기 힘든 장면은 없었을까 물었더니 "그런 부분은 없다"고 못 박았다. 주책 없어 보인 장면은 있었단다. 남자에 눈이 멀어서 부모도 안 보는 것. 스태프들이 '딸 키워도 소용 없다'고 말했단다. 배우는 이런 오해영이 부러웠단다. "그만큼 너무 좋은 거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랑, 저도 그런 사랑하고 싶어요."

극 중 해영은 도경이와 마음을 확인한 날, 달콤한 하룻밤을 꿈꾼다. 그러나 도경은 "여자는 모텔에서 자는 거 아냐. 나중에 좋은 데서 자자"라며 다독였다. 몇몇 시청자들은 "해영이가 너무 들이대는 거 아니냐", "여자가 먼저 저런 말은 하다니..."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현진은 "그건 편견"이라고 외쳤다. "여러 인간 군상이 있잖아요. 남자친구에게 먼저 그런 말을 하는 여자도 있겠죠. 전 너무 좋았어요. 속 시원하고 귀여웠거든요. 내 생각을 맞춰보라는 여자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당당하게 얘기하는 여자가 더 괜찮지 않나요?"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서 평범한 30대 여성 오해영으로 분해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점프엔터테인먼트

난 오해영과 다른 사람

재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오해영을 연기한 서현진의 실제 연애관이 궁금해졌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상대방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다가오게도 못한단다. 그냥 가만히 있다는 거다. 좋아한다는 내색도, 고백도 못 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기를 기다리는 '답답이'예요. 나이가 들면서 사람 만나는 게 더 어려워요. 오해영을 통해 용기 내는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결혼은 정말 모르겠어요(웃음)."

오해영과 닮은 점을 묻자 "연기할 때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있는 것도 같다"며 "해영이의 당찬 모습은 닮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드라마는 2회 연장을 하면서 극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일었다. 후반부는 오해영이 아닌 박도경 중심으로 흘러갔다는 것. 아쉬워할 법도 한데 이 여배우는 "아쉬워하면 안 된다. 후반부는 전지적 박도경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은 둘이 하는 거잖아요. 두 남녀의 심리를 표현하려면 도경이의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해영이의 성장 이야기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결점 없이 착한 주인공이 과연 좋은 걸까요? 해영이가 얄밉고, 진절 머리 나게 싫어도, 그게 해영이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 대본에 불만은 없습니다."

가장 공감한 대사는 12화에서 오열하며 도경이에게 뱉은 말이다. "너한테 그렇게 쉬웠던 나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버리니? 나는 네가 나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으면 좋겠어. 나는 이러다 화병 걸려 죽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네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어."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 속 해영이에 대해 "사랑에 용기 있게 나서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전했다.ⓒ점프엔터테인먼트

대사를 던지며 펑펑 울었다는 서현진은 "이 대사를 실제로 한 적은 없지만 이런 마음을 느낀 적 있다. 한 번쯤은 생각했지만 차마 하지 못한 얘기를 해영이는 한다"고 했다.

해영은 전 남친 태진(이재윤)과 도경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자 그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진의 진심을 알게 된들 상처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둘 중엔 도경이 같은 남자가 좋단다. 자신의 못난 부분을 보여주는 사람이 맘에 든다고.

그러면서 서현진은 "누군가에게 죽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을 만큼의 상처가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내 사랑이 더 애틋하다"는 대사를 읊었다.

에릭과의 농도 짙은 키스신은 단연 화제였다. 두 사람은 실제 연인 같은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로 안방을 후끈 달궜다. 키스신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NG가 없었다.

"에릭 오빠는 선배라서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상냥하고 매너가 좋아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포용하는 매력도 있고요. 제가 해영이처럼 반말하기도 했는데 오빠가 잘 받아줬어요. 지금은 친한 친구가 됐답니다. 연기하면서 설레었고, 옆집 남자다 보니 자꾸 봐서 자연스럽게 정들었죠. 바닷가에서 데이트하는 신은 정말 설레는 거예요. 본방 보고 제가 웃고 있더라고요. 되게 좋았나 봐요. 호호"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서 호흡한 에릭에 대해 "상냥하고 매너 있는 사람"이라며 "설레는 로맨스를 찍었다"고 전했다.ⓒ점프엔터테인먼트

감추고 싶은 슬럼프

서현진이 빛을 보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1년 걸그룹 밀크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1집 앨범 '위드 프레시니스(With Freshness)'만 남기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황진이'(2006), '짝패'(2011)', '신들의 만찬'(2012), '제왕의 딸, 수백향'(2013), '삼총사'(2104) 등에 출연했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다 '식샤를 합시다2'(2015)를 통해 통통 튀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강점을 드러냈다. 이후 뮤지컬 '신데렐라'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서현진은 '신데렐라'를 하면서 직업란에 처음으로 배우라고 썼다고 밝혔다.

"쉼 없이 일하니까 선배들이 무대에 오르는 걸 추천해주셨어요.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선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을 배웠어요. 무대 위엔 저뿐이라 제가 다 책임져야 했죠. 뮤지컬을 하고 나니 '내가 연기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직업란에 '배우'를 못 쓴 건 너무 불안정해서였어요.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어요. '식샤'를 만나 틀을 깼고, 이후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체험했죠."

그냥 오해영처럼 피해 의식을 느껴본 적 있느냐고 했더니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어떤 건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 피해 의식이니까 창피하다. 그냥 받아들여도 될 말들을 뾰족하게 받아들인 적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었던 얘기는 진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아팠던 걸 누가 아는 게 싫단다.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간은 겪는 것처럼 서현진도 그랬다. 지치고 힘든 시간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배우는 "난 극복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버텼죠. 극복했다면 전 멘토링 강사를 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길 바랐어요. 연기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고, 다른 걸 할 용기가 없었거든요. 그냥 보내면 초라할 것 같아 연기 학원에 다니고, 뮤지컬도 했어요. 그렇다고 시간이 다 해결해준 건 아니에요. 여전히 힘들고, 그 부분은 제 마음속에 있어요. 힘들었던 시기에 만난 친구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가 직업을 가져서 다행이다'라고 말해요. 그나마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웃음)."

▲ 배우 서현진은 tvN '또 오해영'에서 에릭과 달콤한 로맨스 호흡을 선보였다.ⓒtvN

"좋은 작품, 사람 만나고파"

서현진은 네 살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무용을 하다 돌연 진로를 튼다.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이때다. 배우 한예리와 중, 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한예리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배우와 무용수 두 일을 놓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란다.

"팔자라는 게 있는 건가 싶어요. 예고에 다니다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인문계로 갔는데 처음에 1년 동안 후회했어요. 맨날 울었죠. 친구들에게 '나 그만둘 때 왜 안 말렸냐'면서. 10년 가까이 했던 걸 갑자기 그만뒀으니까. 지금도 후회되긴 해요. 그때가 제일 좋았죠.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었거든요."

서현진의 찬란한 시절 제2막은 이제 시작됐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해영이'라는 수식어가 감사할 뿐이라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더할 나위 없이 좋고,해영이를 극복하는 건 '자기 몫'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해영이가 '포스트 김삼순'이라는 말에 대해선 "너무 부담스럽다"며 "난 그냥 늘 하던 걸 하는 사람"이라고 겸손해했다.

롤모델은 헤어릴 수없이 많다. "최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최근 다시 봤는데 사람이 예뻐 보이는 건 눈, 코, 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중년의 여자가 설렘을 느끼는 표정에서 놀랐어요. '아, 나도 용기를 갖고 성실하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솔직하게 연기하면 날 보고도 설렐 수 있을 거라고."

목표는 뚜렷하게 잡지 않았다. 좋은 작품과 사람들을 만나고 싶단다. 반짝하고 그만둘 게 아니기에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 배우의 입지도 그대로란다

"달라지면 좋겠죠? 하하.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의 관심은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금방 사라질 것도 알고요. 전 계속 흘러갈 거예요. 그래야 삶이 재밌거든요."

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전문직을 꼽았다. "말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유혹하는 사기꾼 캐릭터, 매력적이지 않나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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