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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빙상연맹의 ´적반하장´식 대처


입력 2009.03.21 13:04 수정        

´김연아 연습방해 보도´놓고 경위 따져

증거 내놓고 오해 풀거나 사과가 먼저

일본 팬들과 일본 연맹 측의 반응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식 대응이다. 일본 팬들과 일본 연맹 측의 반응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식 대응이다.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인터뷰를 통해 일부 선수들의 연습 방해 사실을 밝히면서, 사태는 한국과 일본의 감정 대립으로 번질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14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선수가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2008-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서 연습을 방해한 것에 대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고, 브라이언 오서 코치 역시 몇몇 선수가 김연아가 점프 연습을 할 때마다 진로를 방해한 것을 두고 조직위원회 측에 항의했던 사실을 전했다.

이런 사실이 일본까지 전해지면서 일본 팬들은 ´김연아가 일본 선수들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직접 일본빙상경기연맹에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내 ´왜 일본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 역시 김연아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당돌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연일 쏴대고 있다.

사태가 번지자 일본 연맹 측은 이러한 보도가 나온 경위에 대해 직접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설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본 팬들과 일본 연맹 측의 반응은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식 대응이다.

무엇보다도 김연아는 인터뷰에서 일본 선수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일본 연맹이 이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다는 것은 ´제발 저리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일본 선수의 방해라고 밝혀진 것은 김연아가 아니라 바로 여러 증거 화면을 통해서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서 벌어졌던 ‘2008-09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김연아가 연습할 때마다 일본 선수들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은 여러 차례 드러났고 이 장면을 직접 본 한국 관중들도 수천이다.

김연아가 직접적으로 밝혔던 4대륙 피겨선수권 당시 연습 동영상도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김연아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야구를 보더라도 몸에 맞는 볼이 나왔을 때 이것이 단순히 볼 컨트롤이 좋지 않아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타자를 위협하는 빈볼이었는지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결국 일부 선수들의 연습 방해가 조직적인지에 대한 여부는 당사자들인 김연아를 비롯한 해당선수가 더 잘 아는 것이지, ´스포츠맨십 입각´ 운운하는 일본 연맹이 알리가 없다.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김연아가 직접적으로 밝혔고 한국의 반응과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일본 연맹 측이 먼저 보여줘야 할 행동은 경위를 따지며 항의하기보다 김연아를 방해한 것이 아닌,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는 증거부터 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서 들고 나온 해당 동영상 증거를 분석하고 이에 대해 자신들의 해당 선수들에 대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경위를 직접 물어봐야만 한다. 정말로 일본 연맹의 주장대로 김연아의 반응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 측에 제시하고 있는 것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한 증거를 들고 나와야만 한다.

명확하게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하거나 변명거리가 없다면 하루 빨리 사과하는 것이 한일 우호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더욱 유리하다. 만약 일본 연맹이 이러한 자세를 보인다면, 한국 팬들의 일본 선수들에 대한 악감정과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도 일거에 떨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미 대한빙상연맹 측에 보도 경위를 따지고 들어온 이상 일본 연맹이 이런 대범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이달 말 세계피겨선수권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일본 선수들의 사기 진작 차원임을 감안한다면, ‘대인배’인 우리가 이해해주고 넘어가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오해를 풀거나 사과를 하는 일도 때를 놓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도 잘 알아야만 한다.

또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일본 측 대응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감정을 떠나 우호적이어야 하겠지만 둘의 감정대립이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 삼아 저자세를 취한다면 김연아의 입장만 곤란해진다.

오히려 이미 나와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과를 받든지, 오해를 풀든지 해야 한다.[데일리안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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