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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 베어벡호…‘이제 다시 시작이다!’


입력 2007.07.19 10:09 수정         이준목 객원기자

인도네시아전 신승, 이란과 4연속 8강 격돌 부담

불안정한 수비조직력과 골 결정력 여전

‘자카르타의 기적’은 일어났다.

이천수의 투혼과 김정우의 중거리슈팅 한방, 그리고 ‘어제의 적’이던 사우디의 구원(?)이 더해져 베어벡호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측할 수 없는 경기력에 최후의 순간까지 마음을 졸여야했다.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축구’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한국은 홈팀 인도네시아를 1-0으로 제압, 최종성적 1승1무1패(승점 4)로 조 2위를 차지하며 천신만고 끝에 8강행에 성공했다.

같은 날 경기에서 사우디는 바레인을 4-0으로 대파하며 2승1무(승점 7)로 조 1위를 확정지었고,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은 나란히 1승2패(승점 3)로 8강행이 좌절됐다.

이기기는 했지만 냉정히 평가할 때 베어벡호의 8강행은 실력보다는 다분히 천운에 기댄 결과였다. 이미 자력진출이 힘겨워진 상황에서 사우디가 바레인 전에서 의외의 대승을 거뒀기에 망정이지, 반대로 바레인이 사우디를 제압하거나 양 팀 간 팽팽한 무승부가 연출됐다면, 대표팀은 인도네시아를 이기고도 승자승 혹은 다득점에서 밀려 꼼짝없이 보따리를 싸야했을 판이었다.

그렇다고 최종전에서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인도네시아가 홈팀이고 최근의 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1골차 신승은 도무지 만족스럽지 못한 스코어다. 베어벡호는 이날 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고질적인 결정력 부족과 단조로운 공격루트를 노출하며 고전했다.

결승골은 순전히 이천수의 개인기와 투지로 만들어낸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천수는 이날 전반 34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외곽에서 아크 정면 쪽으로 돌파를 시도, 상대 수비수 4명을 홀로 제치는 현란한 개인기를 과시하며 침착한 어시스트 패스를 내줬고, 아크 오른쪽 외곽에서 쇄도한 김정우가 침착한 중거리슈팅으로 인도네시아의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이 장면을 끝으로 베어벡호는 다시 선제골 이후 경기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고질병을 노출했다. 장신의 조재진을 중앙에 포진시키고 이천수-최성국의 좌우 측면 돌파를 앞세워 쉴 새 없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역시 ´정교함´이 부족했다. 평균 신장이 떨어지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제공권의 우위를 활용하지 못했고,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세트플레이의 완성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날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천수마저 후반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기회에서 어이없이 크로스바를 넘겨버린 것과 김정우, 조재진의 결정적인 득점기회가 연속 상대 골키퍼에 저지당한 것은 문전에서의 침착한 마무리 능력 부재라는 한국의 약점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마땅히 다득점을 노리고 나왔어야할 한국은 오히려 후반 중반까지 추가골이 터지지 않자 다시 노골적인 ´백패스와 경기지연´으로 1골을 지키겠다는 소극적인 마인드를 다시 드러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비다. 한국의 포백 수비진은 이날도 확실한 대인방어도, 유기적인 협력수비도 보여주지 못하고 상대의 역습에 결정적인 실점위기만 무려 3~4회나 노출했다.

조별예선 내내 지적되어온 공수전환의 약점은 이날 경기서도 드러났다. 한국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수비진영이 갖춰지지 않아 위험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고, GK와 수비진간 기본적인 상호 호흡의 부재로, 위치 선정과 커버플레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쉽게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날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만약 인도네시아 공격수들의 개인기와 골결정력이 조금만 높았더라면 꼼짝없이 대량실점을 기록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제 토너먼트에서 상대해야할 팀들의 수준이 조별리그보다 한 수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베어벡호의 앞길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특히 8강에서 예상대로 ‘천적’ 이란과 4회 연속 재회하는 악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운에 힘입어 조별예선은 간신히 통과했지만 베어벡 감독은 96년 대회나 2004년 대회에서 이란전 대량실점 패배를 당했던 망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사흘 동안 지금까지 드러난 전술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팀 분위기를 일신해야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 2007 아시안컵 8강 일정


◆ 조별예선 최종 순위






☞ ´머쓱한 8강´ 한국, ´포지션 플레이´는 양날의 검?


데일리안 스포츠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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