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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미네르바 두고 ‘제논 물대기’


입력 2009.01.11 12:11 수정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한나라 “인터넷 익명성의 위험 확인시켜”…사이버모욕죄 입법추진

민주당 “인터넷 민주주의의 사망선고” 공식논평 및 브리핑만 7차례

검찰이 9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인터넷규제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연일 격상되고 있다.

각 정당이 쏟아낸 논평만 수십 개에 달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이 문제로 여야 의원들 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여야는 각 당의 인터넷 관련 법안의 정체성에 따라 ‘제논에 물대기식’ 해석으로 입장이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은 인터넷 익명성의 위험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건이라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사이버모욕죄 도입과 본인확인제 등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또 다른 ‘미네르바’ 체포 사태가 벌어져 표현의 자유를 말살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율사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네르바’에 대해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시도했다.

한나라당은 대변인 공식브리핑을 통해 “인터넷의 익명성은 편리함과 위험을 함께 품고 있는데, 미네르바 미스터리는 그 위험의 크기를 재삼 확인시켜줬다”면서 “익명성이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에는 개인의 책임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파상공세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미네르바 문제를 표현과 언론자유 수호투쟁의 이슈라고 딱지붙인 것은 참 우울한 블랙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9일 출연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넷상의 허위사실 유포가 얼마나 사회 불안적 요소로 작용하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면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2월 임시국회에서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무리한 대응으로 사건을 확대시키고, 미네르바의 ‘체급’을 중량급으로 올려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시 민주당에게 끌려다는 형국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초선의원은 9일 기자와 만나 “미네르바를 두고 당에서 공식논평이 나오고, 당지도부까지 이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은 판단”이라며 “우리까지 나서서 미네르바 키워주기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현의자유 문제 등 민주당이 걸고넘어지는 부분에 우리가 일일이 대응하면, 또 다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면서 대응자제를 촉구했다.

당내 한 인사는 “언론이 이번 사건을 너무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는데, 언론에서 ‘미네르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자꾸 물어보면 난감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상식과 기대를 저버린 결정으로, 사법부마저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 역할을 포기한 채 정치논리로 인권침해의 길을 열어놓은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한마디 비판도 못하고 입을 꼭 다물어야 하는 유신독재보다 엄혹한 시대를 경험하게 됐다”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국회 문방위원들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겪으며 군사 독재시절 정권을 욕했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어둠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은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야간통금을 실시했던 ‘야만의 시대’를 부활시키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씨를 직접 면담한 뒤 “박씨를 만나보니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글을 썼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종걸 의원 등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박씨를 적극 변호하기로 했다.

또한 이석현 의원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이 지난 해 12월26일 은행회관에 7대 시중은행 간부들을 모아놓고 외환매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미네르바가 말한 본질이 맞는데도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까지 해야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유선진당은 논평에서 “미네르바가 국민적 관심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현 경제팀이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은 “이 땅의 21세기 인터넷 민주주의는 오늘로써 사망선고를 받았다. 미네르바에 대한 인신구속과 여론통제 시도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는 9일 오전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씨에 대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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