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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욕망과 욕정 (2) 부킹의 천국


입력 2008.01.06 10:28 수정        

One Night Stand, 하룻밤을 위한 전초전...꼭 지켜야 할 자리만은 이탈하지 말기를...

현란한 조명, 심장까지 쿵쾅거리게 하는 스피커의 중저음, 무대 위에선 스프리퍼가 마지막 속옷 한 장만 남겨두고 댄스의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웨이터들의 손에는 젊거나 농염한 여자들이 끌려 다닌다.

매일처럼 벌어지는 부킹의 천국, 나이트클럽의 모습이다.

매스컴용어 booking은 연기자나 작가의 출연 스케줄이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약정을 가리키는 말로 영화관의 선정 작품 편수 수입액의 배분비 등을 명문화한 배급업자와 극장주 간의 거래협정을 나타내는 전문적인 용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간의 급만남을 지칭하는 은어가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채팅 등으로 연결이 되어 만나는 번개 팅이나 번섹 등과는 다른 용도로 쓰인다.

흔히 춤치의 남자들이 1차, 2차의 술자리를 파하고 굳이 나이트클럽에 오는 이유는 바로 One Night Stand다. 그 하룻밤을 위한 전초전으로 부킹이 행해진다.

요즘은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부킹을 목적으로 나이트클럽에 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3~40대의 기혼여성들의 상품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아가씨와 같은 몸매와 패션으로 무장한 미씨족의 양성으로 클럽에서 말하는 수질(!)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델라로 변신한 기혼여성은 억눌려왔던 자아가 돌출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하룻밤의 상대와 거리낌 없는 정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서인지 나이트클럽을 찾는 기혼이나 미혼의 남성에게 부킹상대로 인기가 높단다.

얌체 같은 장사치들은 이런 돈벌이를 놓치지 않고 성인 나이트클럽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만 가고 밤은 마치 마법에 걸린 세상 같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리듬들....그리고 알코올의 힘을 빌려 처음 보는 상대와 맘만 맞으면 끈적끈적한 애정행각도 거침없고 One Night Stand도 거침없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밤 문화는 부킹과 One Night Stand 천국일까?

디스코와 성장한 486세대인 필자도 가무를 좋아하는 천성을 가졌다. 평소 잘 놀기로 소문난 지인 몇 명과 나이트클럽 문화체험에 나서보았다.

시장경제에 입각해서인지 성인전용 나이트클럽이 많았고 10시 정도면 이미 클럽 안은 만원을 이룬다. 특히 여자 손님들에게는 기본이라는 것이 면제되거나 후불제가 되어서 부킹에 성공한다면 상대편 남자가 여자의 술값까지 계산해주는 것이 에티켓이라고 한다.

나이트클럽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달라붙는 웨이터들....일명 부킹의 일 이 인자들이 속속 찾아들며 손목을 끌어당기고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거나 거절하기가 힘들다. 이런 순환관계는 나이트클럽을 나설 때까지 되풀이되니 은근히 찜 당하는 것을 즐기게 되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 탓일까, 평소에 외간 남자들과 눈빛도 맞추지 않던 여자들도 나이트클럽에서 만남 남자와 가볍고 달뜬 기분으로 술잔을 기울이게 만든다. 아무리 쑥맥이던 여자라도 한 두 번 부킹의 경험만 터득하고 난다면 타인과의 어울림은 한결 쉬워진다.

어떤 성인나이트클럽은 이런 수질관리를 위해 아예 여자 손님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며 부킹의 환경을 만들어놓고 남자 손님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부킹을 한다고 해도 일탈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나이트클럽에서의 급 만남이라는 것이 하루 밤 사랑으로 발전한다기보다는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마음이 맞는다면 후일 애인관계로 발전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One Night Stand보다도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온다. 외로움으로 혹은 우울증으로 받는 스트레스라면 하루 일탈로 가벼운 바람기를 풀어보겠지만..... 마음과 몸이 하나로 변해버리는 애인관계란 이제껏 쌓아왔던 공든 탑을 일시에 무너트리는 다이너마이트요, 삶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어쩌면 이 모든 유혹의 덫은 나이트클럽의 상술이고 사람들은 마치 불을 보고 찾아드는 불나방처럼 어떤 알수없는 욕망과 유혹에 이끌리고 있는지도.....

그럼에도 부킹이 주는 즐거움은 마치 중독성 강한 맛처럼 한번 맛보고 나면 좀처럼 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대 다수의 사람들은 나이트클럽에서의 만남을 즐기기만 하고 에프터를 넘지 않는 신중함도 보인다.

밤의 환락이 지배하는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는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에게 단비를 주는 오아시스일까, 도덕적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필요악일까. 필자는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밤도 나이트클럽을 찾는 줌마델라와 12시의 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그녀들의 사랑을 훔치려는 수많은 왕자들에게 금욕적인 생활로 회귀하라고 필자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 꼭 지켜야 할 자리만은 이탈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마법이 풀리고 난 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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