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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가 아닌 속편이었다.


입력 2006.11.17 10:08 수정        

사전제작과 공동 집필 시스템 도입 후 시즌제 드라마 가능

우리나라에도 시즌제 도입이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 예로 MBC시트콤<논스톱>과 MBC주간시트콤 <프란체스카>와 <신입사원>이 거론되며, 시즌제 선언을 한 <궁>을 이야기하고 있다.

<프란체스카>의 경우 1시즌과 2시즌 제작이 이미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기를 끌자 3시즌을 더 만들었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MBC에서 방영되었으나 <무적낙하산요원>으로 제목을 바꿔 SBS에서 방영이 결정돼 방영 전까지는 신입사원 2시즌이 ‘맞다’, ‘아니다’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제작사, 작가, 주연이 동일하고 주제도 연장선상이라는 이유로 공식 인정했다.

<궁>도 방영 중반에 이르러 시즌제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고, 20부에서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24부로 연장했고 최근 캐스팅을 모두 마치고 다시금 2시즌을 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에도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시즌제 드라마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년 주기로 드라마 제작, 시즌제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시즌제 드라마는 1년 주기로 만들어지고, 한 시즌은 1편당 60분가량 혹은 시트콤의 경우 20~25분 사이의 드라마들이다. 또한 한 시즌에 드라마를 미리 완성해 연중 6~7개월 동안 방영하고, 다음 시즌 제작기간 동안 재방송을 한다.

이렇게 해서 시즌 10까지 방영된 ‘프랜즈’ 와 시즌 6까지 방영된 ‘섹스 앤더 시티’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시즌제가 도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방영된 ‘앨리맥빌’과 ‘베벌리힐즈의 아이들’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분명 이것은 미국에서 말하는 시즌제와는 다르다. 제작사와 작가, 출연진이 같다고 해서 시즌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시즌제 드라마는 사전제작이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시즌제가 아닌 속편이라고 바꿔야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와 시트콤은 어느 것 하나 사전제작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전제작을 한다 해도 당초 기획에서 시즌제를 고려해 제작을 해야 한다. 그나마 드라마 <궁>이 사전제작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방영 일정이 당겨지면서 그마저 불발로 끝이 났고 더욱더 사전제작을 하면서 시즌제 도입을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가 지금 제작하고 있는, 방영된 작품들은 시즌제라기 보다는 속편이 더욱 어울린다. <신입사원>과 <무적낙하산요원>이 주인공이 백수라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신입사원>과는 별개의 드라마 줄거리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궁>도 마찬가지다. 당초부터 <궁>을 시즌제로 기획했다면 윤은혜, 주지훈, 이윤지 같은 배우들이 아예 출연하지 않았거나, 예정된 상황이기에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중반에 이르러 갑자기 결정된 사안을 이제 와서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라는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 점에서는 분명 제작진의 실수라고 생각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용도 180℃ 달라진다고 한다. 강화도령의 모티브를 얻어 자장면 배달원으로 일하는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의 이야기라면 만화 <궁>과는 별개로 내용을 전개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궁>이라는 이름만 빌려온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상 시즌제를 도입했다면 원작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도 완결시키지 않은 채 끝을 내야했다. 그리고 윤은혜와 주지훈, 김정훈, 송지효 등이 다시금 투입되어 내용을 이어가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 도입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존 출연진들이 캐스팅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제작진이 이미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신인연기자를 당연히 스타로 키워줬으니, 다시 출연하는 것이 ‘의리’있는 행동이라 오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의리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프로들이다. 무조건 자신과 맞지 않는데도 의리상 출연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시즌제 도입을 할 경우 공동 집필 시스템 도입
물론 시즌제 도입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과 팬들이 있어야만 제작이 가능하다. 결국 처음부터 기획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드라마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이러한 안목을 기르지 못했다. 사전제작 환경도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제 도입은 욕심일 수도 있다.

또한 외국 드라마 중에서 시즌제 도입이 된 드라마들은 대부분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 됐던 드라마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작 여건상 충부한 자료조사는 힘들다.

쪽대본을 받아 하루하루 촬영하는 것도 힘이 들고, 배경세트도 완성하지 못해 실사출력이 대신하는 여건에서는 더욱더 이뤄지기 어려운 희망사항 일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 집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하나씩만 아이디어를 낸다면 10개의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한 한국 드라마에서 종종 내용이 연장되거나 하면 바로 옥의 티처럼 불거지는 것이 소재고갈 문제에 봉착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제 도입을 해봤자, 속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출연진들의 출연여부를 두고 설왕설래 할 것이며, 내용의 질도 보장받을 수 없다.

물론 아주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도입이 불투명하지는 않다. 설경구와 손예진 주연으로 시즌제를 목표로 사전 제작되는 <에이전트 제로(Agent Zero)>나, MBC에서 제작하는 <시골의사>의 경우 시청률과 팬들의 성원만 있다면 사전제작 목표를 하고 있으니, 시즌제 도입도 가능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시즌제 도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 도입과 장기적인 안목, 공동 집필 시스템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하다. 모든지 기본이 되지 않고서 성공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는 사실. 그것을 방송사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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