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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농간'이 선사할 류현진 특급 옵션?


입력 2012.11.15 07:40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보라스 무리한 요구시 협상 장기화

적은 연봉에도 만족스러운 보장 옵션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 대박의 꿈은 오히려 물거품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 대박의 꿈은 오히려 물거품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LA 다저스와의 협상을 앞둔 류현진에게 거액의 돈다발을 안겨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2573만 7737달러 33센트(약 280억원)를 적어낸 LA가 포스팅 시스템에서 승리, 류현진과의 단독 교섭권을 얻어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던 류현진은 이제 연봉 대박의 꿈을 안고 앞으로 30일 이내에 다저스와 연봉협상을 벌여야 한다. 보라스는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류현진은 육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최소 3선발급 이상”이라며 “일본서 뛰었더라면 포스팅 비용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거액의 몸값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으로 보라스 특유의 ‘악마의 농간’이라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다저스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다저스는 “류현진과의 협상은 윈터리그 미팅이 끝난 12월 초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시즌 당장의 성적을 원하는 다저스는 검증된 투수들인 잭 그레인키, 구로다 히로키, 아니발 산체스 등 FA 영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류현진은 포스팅시스템을 거쳤기 때문에 다저스 외에 갈 수 있는 구단이 없다. 특히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 대박의 꿈은 오히려 물거품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동안 보라스는 여러 팀을 걸쳐놓고 벌이는 문어발식 협상에서 빼어난 수완을 발휘했지만 단독 교섭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보라스의 협상 스타일은 뚜렷하다. 해당 팀의 환경보다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일단 계약 협상에 돌입하기 전,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는 자신의 고객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들을 수집한다. 물론 단점보다는 장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내용들이다. 보라스의 자료 수집량은 여타 에이전트들과 비교했을 때 단연 최고 수준이다.

이후 거액을 지불할 수 있거나 해당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복수의 구단들에게 제안서를 내민다. 여기서 특유의 배짱을 부리거나 루머를 흘려 몸값을 최대한 부풀려 놓는 것은 꼭 필요한 양념이다. 그러면 보라스의 현혹에 이끌린 구단들은 서두를 수밖에 없다. 보라스가 에이전트를 맡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이른 시점에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포스팅 시스템 등의 단독협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다. 당시 마쓰자카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미국 내에서도 단연 최고의 화제였다. 결국 마쓰자카와의 단독 협상은 약 5111만 달러라는 역대 포스팅 최고액을 적어낸 보스턴이 따냈다.

그러나 협상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 보라스는 최소 9000만 달러 또는 1억 달러 이상의 연봉 총액을 요구했고, 보스턴 측도 5000만 달러 선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협상 마감 시한까지 가는 진통 끝에 마쓰자카 본인이 보라스를 설득해 6년간 5200만 달러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LA 에인절스의 특급 에이스 제러드 위버의 입단 과정도 마찬가지다. 대학 시절, 골든스파이크 어워드를 수상하며 ‘제2의 마크 프라이어’로 주목받았던 위버는 2004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단연 최대어였다.

하지만 위버의 지명 순위는 예상보다 한참 아래인 1라운드 전체 12번이었다. 이유는 에이전트가 보라스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보라스는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부터 프라이어와 컵스가 맺었던 5년간 1050만 달러 이상의 수준을 제시해야 위버를 데려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에인절스 측은 위버의 지명권을 포기하겠다는 발표로 맞섰지만 그래도 보라스는 요지부동이었다. 보라스가 배짱을 부린 이유는 당시 대학 3학년이었던 위버가 1년 후 다시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다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었던 위버가 한 발 물러났고, 4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얻는 것으로 입단 계약이 완료됐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성사시킨 주요 계약들.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성사시킨 주요 계약들.

보라스는 구단 입장에서 가히 악마 수준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환영 받는 에이전트다. 기량 이상의 연봉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라스는 다른 에이전트에 비해 다소 낮은 비율로 수수료를 챙긴다. 얼핏 보라스에게 주어지는 몫이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평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이득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보라스와 다저스가 벌이게 될 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장기화될 경우, 승자는 다저스 쪽이 될 확률이 크다. 그렇다고 류현진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 보라스는 어떻게든 자신의 고객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2007년 마쓰자카는 보라스가 제시했던 금액의 절반 수준인 52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물론 만만치 않은 액수다. 여기에 마쓰자카의 계약서에는 2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 MVP-사이영상-골드글러브 등 어워드 보너스,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 마이너리그행 금지, 개인통역사,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이사비용, 보스턴-일본 왕복항공권(1등석) 연 8회, 링컨 타운 카 또는 동급 차량제공, 홈구장 필드박스 2개석, 팀 내 일본 미디어 고용, 등번호 18번 확보 등의 무수한 옵션들이 따라 붙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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