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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무엇이 팬들을 열광케 했나


입력 2011.01.24 16:37 수정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아름다운 멜로와 스릴러, 주옥같은 음악

‘조승우 신드롬’ 만나며 거대한 발자취

흔히 2000년대를 한국 뮤지컬의 르네상스 시대로 평가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뮤지컬은 소수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2000년대 들어 뮤지컬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대중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연 30만 명의 관객이 3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고, 시장규모는 20배 이상 커졌다.

그 단초를 제공한 건 역시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세계 1억 명이 관람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한국에 상륙해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7개월 동안 무려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러시로 이어졌고, 더욱 풍족해진 작품 라인업이 형성되면서 대중들의 폭은 넓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역시 <지킬앤하이드>가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 불을 지폈다면, 기름을 부은 건 <지킬앤하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 세계 4개 나라에서만 공연이 가능한 희소성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지킬앤하이드>는 거의 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한국 관객들에게 유독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승우는 이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조승우는 이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부인할 수 없는 ‘조승우 효과’

사실 <지킬앤하이드>가 처음 한국 무대에 올랐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된 작품이긴 하지만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데다, 소재 자체가 한국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킬앤하이드>는 보란 듯이 우려를 불식하고 폭발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불과 7년 만에 500회 공연과 5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공 요인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무엇보다 조승우의 공이 컸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군 제대 후 복귀해 또 한 번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조승우는 이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몰고 온 열기는 뜨거웠고 좀처럼 사그라지지도 않았다.

조승우 또한 바로 이 작품을 통해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조승우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은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조승우가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조승우처럼 대사 한마디 한마디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섬세한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다.

선할 땐 한없이 선한 청년이었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거친 숨소리를 내쉴 땐 더할 나위 없이 섬뜩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지식이기도 했고, 사랑에 서툰 소심하고 여리고 평범한 남자이기도 했다. ‘조지킬’ 앞에 가창력이란 사실상 무의미했다.


정상에 서려면 <지킬앤하이드>를 거쳐라?

조승우 외에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거쳐 간 배우들은 한국 뮤지컬계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초창기 멤버였던 류정한, 김선영, 김소현, 소냐는 이제 이름만 걸어도 자연히 관객들이 찾을 만큼 신뢰감 높은 배우들로 성장했고, 이들의 성장은 <지킬앤하이드>의 성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좀 더 신사적이고 클래식한 매력의 류정한은 성악가 출신의 뮤지컬배우답게 압도적이고 풍성한 성량을 자랑한다. 귀에 꽂히는 정확한 발음과 무대에만 서면 폭발하는 특유의 에너지는 그가 왜 국민 뮤지컬배우로 칭송받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킬앤하이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혔지만,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어 그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김선영과 소냐의 루시, 김소현의 엠마는 이미 <지킬앤하이드> 마니아들에겐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굳어졌다. 매 공연마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된 이들 배우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팬들 뇌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이제는 이들이 없는 <지킬앤하이드>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매 시즌마다 이들 세 배우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소현은 올곧고 사랑스러운 엠마 그 자체였고, 섹시하고 거칠면서도 내면의 깊은 상처를 동시에 드러내야 하는 루시 역의 김선영과 소냐는 지킬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미친 가창력’이라는 애칭으로 각광받는 홍광호는 <지킬앤하이드>가 발굴해낸 보석 같은 배우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역과 팬텀 역을 동시에 거머쥔 뮤지컬계의 블루칩이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가세한 김준현, 선민, 조정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도 바로 선배들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서 기인한다. 이들이 <지킬앤하이드>와 함께 한 단계 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판 <지킬앤하이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원작에 한국적인 에너지를 가미해 브로드웨이 등 해외에서 얻어낸 성과 이상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이다. 한국판 <지킬앤하이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원작에 한국적인 에너지를 가미해 브로드웨이 등 해외에서 얻어낸 성과 이상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주옥같은 명곡들

프랭크 와일드 혼이 만든 주옥같은 뮤지컬넘버도 <지킬앤하이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때로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배우들의 혼을 쏙 빼놓는가하면, 때로는 한없이 서정적인 감성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촉촉하게 적신다. 대부분 CF와 여러 방송을 통해 익숙한 곡들로 굳이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귀에 착착 감기는 유명한 곡들로 가득하다.

특히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Take me as I am)’ 같은 감미로운 노래들은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로 손꼽히고 있다. 앙상블의 힘이 느껴지는 ‘가면(Facade)’나 ‘살인 살인(Murder Murder)’ 역시 빠질 수 없는 명곡들.

그러나 공연의 백미는 역시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대결(Confrontation)’이 다. 특히 지킬과 하이드가 한 무대에서 벌이는 선과 악의 대결은 배우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무엇보다 한국판 <지킬앤하이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원작에 한국적인 에너지를 가미해 브로드웨이 등 해외에서 얻어낸 성과 이상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대사와 앙상블의 하모니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정갈해졌고, 새 인물을 발굴해 신구의 조화를 이루려는 제작사의 노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배우들을 향한 관객들의 믿음도 확고하다. 이만 하면 한국에 상륙한 대형 라이선스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이자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폭발적인 예매전쟁 속에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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