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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당연한’ KEPCO45 공정배 감독 경질


입력 2009.02.20 10:58 수정        

외국인선수 수급 문제 등 프로화 준비 과정에서부터 예상된 고전

아쉽지만 프로 테두리 안에서 최악 성적에 대한 수장 책임은 당연

시즌 개막 후 전패(25패)를 당하고 있는 프로배구 수원 KEPCO45가 공정배 감독을 해임했다.

KEPCO45는 지난 18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공 감독을 경질하고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차승훈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정배 감독 스스로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구단의 방침을 수용했다. 안타깝게 경질된 공정배 감독은 한국전력 시절을 포함 무려 12년간 몸담았지만, 배구 단일시즌 최장연패 사슬을 끊지 못한 채 물러났다.

외국인선수나 훌륭한 세터가 있든 없든 KEPCO45는 프로팀이다. 외국인선수나 훌륭한 세터가 있든 없든 KEPCO45는 프로팀이다.


공정배 감독의 경질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연패기록을 써가고 있는 극심한 성적 부진 탓이다.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시즌을 치를 때도 현대캐피탈-LIG 손해보험-대한항공을 꺾은 마당에 정작 프로팀 자격으로 참가한 올 시즌 프로팀은커녕 신협상무를 상대해서도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것에 구단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공정배 감독이 경질된 시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있다.

KEPCO45는 삼성화재 안젤코, 대한항공 칼라 등과 같은 팀 전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를 뽑지 못했다. 프로화 준비과정에서 외국인선수 수급에 문제가 따랐던 것. 따라서 외국인선수 없이 치르고 있는 현재의 부진을 공정배 감독의 잘못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배 전 감독은 시즌 전부터 “다른 팀은 잘 모르겠지만, 상무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각 라운드마다 강팀을 한 번씩은 잡고 싶다”며 소박하고도 다부진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높이’를 바탕으로 한 대한항공과 LIG 손해보험, 안젤코를 필두로 한 ‘거미손’ 삼성화재는 KEPCO45에게 너무 벅찬 상대였다. 그렇다고 신협상무에게 1승을 거둘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신협상무에게 가장 손쉬운 승리를 거둘 만한 팀으로 KEPCO45가 꼽힐 정도였다.

만약 KEPCO45에 외국인선수 수급이 적당한 시기에 이뤄졌다면, 공정배 감독의 꿈은 벌써 실현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신협상무는 외국인선수 없이도 올 시즌 7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는 신협상무를 이끄는 선두에 김상기라는 걸출한 세터가 있어 가능했다. 김상기라는 이 세터의 원 소속팀이 바로 KEPCO45다.

좋은 세터 한 명은 각 라운드 1승의 가치보다 더 크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걸출한 세터 김상기가 군 복무로 빠진 KEPCO45의 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KEPCO45에 2007년 올스타에 빛나는 김상기만 있었다면, 신협상무가 가져갔던 ‘7승’의 주인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악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배 감독 경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미션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나 훌륭한 세터가 있든 없든 KEPCO45는 프로팀이다. 그런 팀이 프로 통산 최소득점은 물론 단일시즌 최다연패, 통산 최다연패를 넘어 이제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연패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아쉬움은 남지만 프로라는 테두리 안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서 있는 KEPCO45 수장으로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데일리안 = 김현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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