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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유별(男女有別)’한 치질


입력 2008.12.08 17:13 수정        

<의학칼럼> 이희만(대전 세림외과, 항문외과 전문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로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예기(禮記)>의 <내칙(內則)> 편에 그 유래가 있다. 여기에는 우선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수와 방향의 이름을 가르쳤고, 일곱 살이 되면 ´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 여덟 살이 되면 소학에 들어간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일곱 살이 되면 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자와 여자가 일곱 살만 되면 함께 앉지 않는다’는 식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래서 요즘은 반대로 ‘남녀칠세 지남철’ 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생긴 것일까? 그렇지만 이때 자리를 가리키는 석(席)은 원래 돗자리와 같은 자리에 까는 물건이었다.

나중에야 까는 요를 의미하는 글자로 위에 초두변이 있는 석(蓆)이 쓰였지만, 처음에는 석(席)이 그냥 깔개를 가리켰다.

그러므로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을 풀이하자면 ‘일곱 살이 되면 함께 재우지 않는다’는 말을 가리키는 뜻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하여 일곱 살이 되면 남녀는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성도덕은 원래 단순한 예절상의 남녀 구분인 내외사상이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와 ‘내외법’이라는 이름으로 법률화되고 강제화 되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남녀차별(男女差別)의 전형이다. 남녀평등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견강부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남녀평등이라고 하더라도 남녀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는 점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질병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똑같은 질병이라도 남자 혹은 여자에 더 많이 발병하는 질환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남성의 경우는 고지혈증이나 심근경색증, 음주나 사고에 의한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반면 여성은 갑상선 질환이나 편두통, 생리나 임신 등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이 더 많이 생긴다.

필자의 전문분야인 치질도 그렇다. 치질은 남녀 모두에 많이 발생하지만 남녀에 따라 질환의 발생 비율이 현저하게 다르다.

남자의 경우는 치루의 발생빈도가 여성에 비해 더 높고 여성의 경우는 치열의 발생률이 더 높다.

그렇다면 이렇게 남녀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러한 발병율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 구조적 차이와 생활습관의 차이 때문이다.

항문에는 점액을 분비하는 항문선이 항문주위로 6-12개가 존재하는데, 이 항문선에 세균이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면 항문주위 농양이 되고, 이 농양이 피부로 배농이 되어 고름관을 형성하면 치루가 된다.

남성의 경우는 여성에 비해 괄약근이 튼튼하기 때문에 항문 내 압력이 높아 항문선의 입구가 좁아져서 항문선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또한 잦은 과로나 음주에 의해 전신상태가 나빠지면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항문선에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지게 되어 치루가 많이 생긴다.

치열은 여성에서 보다 많이 볼 수 있는데, 치열은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것으로 변비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경우는 항문이 좁은 편인데다 남성에 비해 변비 환자가 많아 치열이 더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살아가면서 임신과 다이어트, 변비를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되는데 임신 중에는 임신의 유지를 위해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이 장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초래하고, 잘못된 식단을 통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섬유질의 섭취량이 줄어 변의 양이 줄고 단단한 변을 보게 되어 치열이 많이 생기게 된다.

남녀가 유별(有別)한 치질, 그러나 치료에서 만큼은 남녀가 무별(無別)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치질도 다른 질환들과 같이 성별에 따라 질환의 발생률에 차이가 나지만, 조기진단에 따른 치료를 빨리 할수록 효과도 좋고 재발의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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