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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유일한 약점은 국력?!’


입력 2008.03.21 15:31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피겨여왕’ 김연아(18·군포 수리고)는 트리플 러츠(공중 3바퀴) 기술에서 실수해 공중 1바퀴 도는 것에 그쳤다.

이 부분은 유럽출신 심판진 시야에 정확히 잡혀 감점처리 됐다. 그러나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 실수 외에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스웨덴 관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공중 3바퀴 반)에서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심하게 미끄러졌다. 넘어진 직후 충격으로 다음 기술과의 연결 ‘공백’도 있었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프로그램 구성 점수를 60.57이나 받았다.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보여준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 점수 58.56보다 ‘2점 이상’ 높다.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럽출신 심판진의 채점 방식이다.


아사다마오ㆍ카롤리나ㆍ김연아…국력 순위?

김연아가 21일 스웨덴 예테보리서 열린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23.38점(기술64,82, 프로그램58.56)을 받아 첫날 쇼트기록 59.85점 합계 183.23으로 3위에 올랐다.

1위는 185.56점을 올린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차지했고, 2위는 유럽의 자존심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184.68점)의 몫이 됐다.

김연아는 경기에 앞서 허리 고관절 통증으로 신음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요성 때문이었을까. 진통제를 맞고 게임에 나서는 무리수를 뒀다.

결과는 부상투혼의 승리로 끝났다. 김연아는 시작에 앞서 몸을 살짝 띄워보며 허리통증이 있는지 진통제 효과를 시험했다.

허리아픔이 잠시 가신 듯 시작부터 힘을 내어 스케이트를 탔다. ´미스 사이공´ 음악 선율 속에 고난이도 피겨기술인 트리플 플립 트리플 토(공중 연속 3회전) 콤비네이션을 완벽히 소화했다.

공중 연속 3회전이 실수 없이 성공되자 김연아는 탄력받기 시작했다.

쇼트에서 속도가 부족했다고 지적받았던 스핀도 스피드를 내어 빈틈없이 구사했다. 다리를 등 뒤로 올려 한 발로 스케이트 타는 ‘스파이럴 시퀀스’ 기술도 중심축 흔들림 없이 소화했다. 프로그램 중간 중간 배치한 더블 악셀(공중 2바퀴 반), 트리플(3회전) 등 점프기술 역시 무난히 소화했다.

옥에 티라면, 경기 종반 트리플 러츠(공중 3바퀴)에서 도약 시점이 흐트러지며 1바퀴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연아의 장점은 실수 직후에도 고도의 정신집중을 꼽을 수 있다.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자연스러운 스케이트 타기와 장기인 싯 스핀(제자리에서 몸을 웅크리고 도는 기술), 더블 악셀 등을 무난히 구사하며 경기를 끝냈다.


암초는 심판!

하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었다.

유럽출신 심판진의 김연아에 대한 예상보다 낮은 평가다. 프로그램 구성 점수에서 심판진은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에게 더 냉혹했다.

점프실수 ´이후´의 장면이 한 예다.

김연아는 공중 3회전 점프에서 도약 타이밍이 어긋나며 1바퀴만 돌았다. 심판진은 김연아의 회전 부족을 정확히 지적하며 기술점수를 감점 처리했고, 프로그램 구성 점수에서도 적절한 가산점을 받지 못했다.

모든 스케이트 기술을 흐름 끊지 않고 소화했지만 심판진은 ‘한국의 김연아’에게 후하지 않았다. 후한 보너스 점수는커녕 감점만 당했다.

이날 1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의 점수와도 비교된다. 아사다 마오는 경기 시작 첫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넘어졌다. 바로 일어섰지만 실수 충격으로 잠시 경기리듬이 끊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출신 심판진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의 프로그램 구성 점수(58.56)보다 2점 이상 많은 60.57을 줬다. 이 차이가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동메달로 명암을 갈라놨다.

또 유럽의 자존심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프리종목에서 점프 때마다 착지 시 손을 짚는 등 중심축이 심하게 무너졌음에도 무난한 점수를 받아 전날 쇼트 합계 총점 184.68점으로 2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부상투혼으로 자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유럽출신 심판잔의 납득하기 힘든 채점기준에 울게 된 셈이다.



스웨덴 관중도 야유…피겨순위는 국력순위?

김연아에 대한 유럽출신 심판진의 채점은 관중들의 고개도 갸우뚱하게 했다.

경기장에 있던 스웨덴 관중들은 전광판에 찍힌 낮은 점수를 보고 심판진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 등 김연아에 대한 낮은 평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국내 팬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한 네티즌은 “일본 스폰서의 힘이 아니냐”는 추측성 의혹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케이트장 외곽을 수놓는 일본 굴지의 스폰서 간판은 물론, 피겨 선수권 홈페이지에서도 개최국인 스웨덴어와 함께 영어-일어만 서비스 되고 있다.

‘피겨순위는 국력순위’라는 말도 허황된 말은 아니다.

한 예로 지난 2002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종목에서는 러시아의 엘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체 조가 완벽한 경기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상하게 잡음이 많았다.

결국 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와 캐나다의 공동우승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의 견제’로 인한 캐나다와의 공동우승(프랑스 심판 연루)이라고 반발했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준비를 위해 한국서 열린 4대륙 대회도 포기한 채 지난 1년을 달려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진통제까지 맞으며, 세계선수권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유럽출신 심판진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 판정으로 빛이 바랬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에어 다시 한 번 3위, 동메달 입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편 김연아와 함께 한국대표로 출전한 김나영(18.연수여고)은 쇼트 47.96점, 프리 79.36점 합계 127.32점으로 24명 출전선수 중 19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이변은 2007 세계선수권 챔피언 일본의 안도 미키(일본)의 프리종목 포기다. 그녀는 왼쪽다리 근육파열로 당초 경기출전이 불가능했지만, 자신의 의지로 출전을 강행했다.

그러나 게임에 들어가자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게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도 미키는 이 과정에서 많은 눈물을 흘려 국내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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