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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 사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 [데일리안] 입력 2019.12.14 08:20
  • 수정 2019.12.14 08:04
  •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실관계 확실히 따져 잘못한 만큼 비판하는 냉정함 필요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실관계 확실히 따져 잘못한 만큼 비판하는 냉정함 필요

ⓒEBS 화면캡처ⓒEBS 화면캡처

EBS ‘보니하니’에서 벌어진 폭행, 성희롱 논란에 공분이 들끓었다. 30대 남성 개그맨 최영수가 15세 청소년 여성 김채연을 폭행했고, 또다른 30대 남성 개그맨 박동근이 김채연을 성희롱했다는 내용이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 어른과 미성년자의 문제, 교육방송의 특수성, 이 세 가지가 겹쳐 논란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EBS 사장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태에서 우리 공론장의 고질적 문제인 마녀사냥이 다시 나타났다. 최초에 벌어진 최영수 폭행 논란의 경우 그것이 장난인지, 악의적 폭행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악의적 폭행으로 단정하면서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물론 장난이었어도 잘못이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똑같이 손으로 팔뚝을 쳤다고 해도 그것이 상호간에 양해된 장난인 것과 악의적 괴롭힘 사이엔 엄연히 죄질의 차이가 있다.

최영수가 손을 뻗기 전에 김채연이 먼저 최영수의 팔뚝을 잡았고, 최영수가 손을 뻗은 후 김채연이 웃는 표정이었던 것으로 봐서는 정말로 친해서 한 장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른 남성이 미성년 여성을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는 것 자체가 문제고, 그것을 교육방송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 영상으로 내보낸 것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판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 중에서도 최악의 죄질로 단정 짓고 매도하는 것도 문제다. 김채연의 웃는 표정에 대해서도 본심이 아닐 거라는 관심법을 발동한다. 최영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김채연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을 때 무조건 최악의 죄질로 단정하고 극단적인 멍석말이 조리돌림에 나서서 아주 끝장을 보는 것이 반복된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언론마저도 그런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성희롱 논란도 그렇다. 30대 개그맨 박동근이 김채연에게 "독한X, 리스테린으로 소독한X"라고 폭언한 사건이다. 당연히 비난 받을 일인 건 맞다. 하지만 성희롱으로 단정한 건 너무 나갔다.

리스테린은 구강청결제라고 한다. 그걸로 가글한 걸 가지고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인데, 이건 ‘소독하다’는 표현을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 속에서 박동근이 김채연과 아옹다옹하는 관계이다보니 그런 캐릭터 플레이 과정에서 과한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분명히 잘못이고 박동근과 제작진 모두 비판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구강청결제를 성희롱에 연결시키는 것은 황당하다. 누리꾼들은 구강청결제가 사창가, 성매매하는 곳에서 통용되는 은어라고 한다. 나는 그런 은어가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고, 방송국에서 마주친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했지만 아무도 그런 표현을 알지 못했다. 성인사이트 게시판에서 이용자들 사이에 ‘그런 은어가 있는 줄 몰랐다’는 대화가 오고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니까 구강청결제를 성매매와 연결시키는 은어는 존재하지 않거나,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특수한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박동근이 이 말을 할 때 성적인 의미를 담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성적인 의미는 상상조차 못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성희롱으로 단정했고 심지어 언론 매체도 ‘성희롱을 했다’고 단정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근거 없이 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만든 것이다. 폭언한 박동근, 그걸 방임한 제작진 모두 잘못했지만, 사람을 근거 없이 성범죄자로 몰아간 대중과 언론의 잘못도 그에 못지않다.

누군가를 욕하고 싶으면 욕할 이유를 만들어낸다. 연예인의 경우에 예능 장면이 좋은 불쏘시개가 된다. 또다른 마녀사냥 사건이었던 과거 티아라 왕따 파문 당시 대중은 티아라 멤버들을 욕하고 싶었고 그래서 예능 화면에서 근거를 찾았다. 화영에게 예능 벌칙으로 떡을 먹이는 장면을 놓고, 떡으로 괴롭히는 장면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보니하니’에서도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 어떤 작은 실마리라도 괴롭힘 프레임에 맞추어 최대한 부정적인 쪽으로 단정 짓고 공격한다.

그렇게 맹공격을 퍼부어야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다. 증거 찾고 맥락 분석하고 이런저런 가능성 다 따지는 것은 답답하다. 화가 났으니 내 속 푸는 게 먼저다. 당하는 사람이 억울하든 말든 가장 악인으로 만들어 통쾌하게 돌을 던진다. 언론은 여기에 편승해 분노를 부추긴다. 이런 구도의 반복이다.

이번 사건에서 어른 남성인 개그맨들이 크게 잘못했고, 당연히 제작진도 잘못했지만 그래도 사실관계는 확실히 따져가면서 딱 잘못한 만큼만 비판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근거 없이 사람을 성희롱범으로 몰아가는 식이면 또 어떤 비극이 터질지 모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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